내가 이런 자리를 빌어 술 얘기를 안 한다면 그건 아마도 술에 대한 모독이요, 또한 하느님 앞에 큰 위선이 되리라는 생각을 한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나는 술에 대한 전과가 많다. 끊은 휫수만도 수십 차례가 되나 그러나 번번히 다시 마셨으며 이 핑계 저 핑계로 술 마실 구실만 찾는 것이 내 중요한 일과 중의 하나였다. 그래서 한때는「한잔 먹자. 강길웅」이라는 말이 주위에서 유행어가 되기도 했었다. 물론 신학교에 들어가기 전의 일이다.
신학교에서도 몇 차례 심하게 마셨던 일이 생각난다. 어떤 날은 그래서 술을 참기로 하고 사흘이 지났는데 아닌 밤중에 교수 신부님께서 호출하시는 것이었다. 뭔 또 켕길 일이 있는가 싶어 엉금 엉금기어 갔더니 글쎄 조니워카에 산 낙지를 앞에 놓으시고는 둘이 한잔 하자는 것이었다. 내가 왜 술 끊어! 그날 밤은 또 한시까지 마시면서 작심삼일에 충실하였다.
처음 부임했던 본당은 술이 심한 마을이었다. 거의가 매일 술 먹고 싸우고 욕하는 일이 다반사였기에 이런 식으로 살아서는 안 된다는 것을 거듭거듭 강조하곤 했었다.
그런데 어느 명절이었다. 그날은 유난히 아무도 취하지 않았는데 신부만 혼자 취해가지고는 동네방네 돌아다니며 유행가란 유행가는 다들 춰가면서 소리를 지르니 걱정이 되신 회장님이 점잖게 말리시는 것을『이런 날 안취하면 소죕니다. 소죄!』하면서 행패를 부렸던 기억을 하면 지금도 부끄러워 얼굴이 붉어진다.
지난달 언젠가도 그랬다. 얼굴을 좀 익히겠다고 이 집 저 집 방문하며 한잔 두잔 마신 것이 그만 과해가지고 밤새 고생을 했으며, 꼭 할멈나간 집구석마냥 어수선한 뱃속 때문에 그 이튿날도 하루 종일 몸부림쳐야만 했다.
다시 또 술 끊은지 한 달이 된다. 이번엔 아예 강론 때에 선포를 해버렸으며 사생결단을 내기로 작정을 했지만 내가 이거 좋은 음식가지고 뭣하는 짓거리인지, 내가 다시 빠지지는 않을까 은근히 걱정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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