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을 펴서 하나 둘 셋 넷… 헤아리면 12월은 마지막이 된다. 만약 12월이 1월로 바뀐다면 참 이상할 게다. 12월-겨울-마지막 달.
이렇게 쉽게도 생각할 수 있지만…. 쉽게 보내버리려 애쓰던 맘도 마지막 달이 되면 한 번씩은 아쉬워하게 된다.
아무 것도 한 것이 없는 것 같은 못마땅한 맘, 이것이 쌓이고 쌓인 채 아이는 어른이 되고 땅 위를 걷는 사람이 땅 속에 뉘게 되나보다.
이별이 생각나는 12월. 가느다란 눈썹 같은 추위에 떨고 있는 초생달이 서러워 서산에 울던 군밤을 넣은 손을 호주머니에 머물고 옴추린 별을 향한 한숨이 짙다. 이 해의 아우성들-큰 것 같으면서도 쓸모없이 느껴지고, 필요했던 것 같으면서도 몹시도 싫어지는 마무리들. 정녕 한 것이 없다는 사실 앞에서 몇 겹이나 쌓인 껍질 같은 게 더 가식스럽다. 엄마의 따뜻한 가슴에서부터 보내버리는데 익숙해 있는 우리네의 표정은 심지어 아쉬움에 웃음마저 보낸다.
무에서 창조된 우리들은 원인을 거부한다. 부정해 버린다. 텅 빈 공허 훨훨 타오르던 축복의 불꽃이 몇 시간 후면 거짓말처럼 한 줌의 재로 남는 공허. 기실 이 현실은 힘이 든다.
그러나 한 줌의 재보다는 우리는 더 따뜻함과 타고 남은 재를 깨끗이 정리할 수 있는 자세를 배워야 한다. 만약, 만약에 그것이 아니된다면 우린 다시 원점을 찾아 한 걸음부터 걸음마를 배우자. 그것도 아니된다면 반 걸음이라도 배우는 게다.
아버지, 꽁꽁 언 손을 당신께 드립니다. 차갑고, 딱딱해지고, 새파랗게 떨리는 손을 당신의 어전에 드립니다. 항상 깨어 있으라는 당신의 크신 진리를 한 푼에 누리도 없이 깎아내리는 나약성들. 새로운 날, 밝은 빛이 당신의 다음해를 맞을 때는 열두 달을 헤아려도 숨차지 않고 1월을 헤는 맘으로 12월도 예쁜 맘, 예쁜 손으로 기도하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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