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8일부터 서울관구 대신학교에서는 24명의 사제가 서품되었고 20일 후에는 광주대신학교에서 또한 상당수의 사제가 서품될 것이다. 먼저 금년도에 서품받는 새 사제 제위에 대하여 심심한 축복의 뜻을 표한다. 특히 오늘날 전반적으로 사세 성소의 감소 경향에 비해서 한국 교회는 매년 평균 3~4십 명의 사제와 부제가 배출되는 것을 볼 때 참으로 다행하고 마음 든든함을 느낀다. 이때 새 사제들에게 경축과 아울러 커다란 기대를 걸고 다음의 몇 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첫째로 새 사제들에게 새로운 것을 바란다. 마치 신자가 하느님 안에 새로 나듯이 교회도 날마다 새로워져야 한다. 이것이 곧 교회의 쇄신인 것이다. 제2차「바티깐」공의회 이후 교회의 쇄신을 강조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현재 한국 교회 안에도 다른 세계적 교회와 마찬가지로 신구 두 조류의 교회관이 분리교착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일반 신자들 사이에는 그것조차 뚜렷하지 못하지만 성직자 사이에는 이른바 보수적인 사고방식과 혁신적인 사고방식의 견해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 말하자면 전 공의회 사상과 후 공의회 사상의 차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러한 사고방식의 차이로 말미암아 신자들의 교육 사목 방식에 이르기까지 다른 현상을 볼 수 있다. 새 사제들은 물론 새로운 신학과 교회관을 방금 습득하고, 교회 풀밭에 뛰어든 새로운 목자의 신선한 모습을 지니고 있다. 그러므로 새 사제는 마땅히 새로운 기풍을 조장하고 자극하는 누룩의 역할을 맡아야 하겠다. 모든 신자 개개인이 그러하듯이 교회도 일신우일신의 쇄신의 길을 게을리 할 수 없다.
이 길을 추진하는 데 있어서 새로운 식견과 왕성한 의욕을 가진 새 사제들에게 교회 쇄신의 기수적 역할을 기대하는 바이다.
둘째로는 새 사제는 대화의 수련을 쌓는 데 노력해야겠다. 지금은 대화의 시대라고 한다. 교회 밖의 일반 사회인들과의 대화에도 소홀히 할 수 없다. 그러나 먼저 교회 안에서 대화의 수련을 쌓아야 한다. 또 그것은 성직자 사이와 평신자 사이의 두 면으로 크게 나눌 수 있다. 성직자 상호간에서는 특히 선배 또는 연로 사제들과의 대화에 주력할 필요가 있다. 오늘날 교회 안의 일치에 있어서 교회 성직자간의 단절 상태가 가장 문제의 초점이 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므로 신진 사제들은 선배 사제들에게 먼저 깊은 존경의 자세로써 그들의 경험과 견해에 대해서 폭 넓게 이해하는 데 노력하고 다음으로 자신들의 견해를 솔직하게 개진하여 이해를 얻도록 힘써야 하겠다.
또 신자들과의 사이에는 무엇보다도 인격적 사귐의 대화를 모색하는 것이다. 지도자 피지도자의 입장에 서지 말고 상대방을 인격자로서 존경하는 마음의 자세가 필요하겠고 특히 연장자의 경우 남녀를 막론하고 상당한 경의를 갖는 예의를 지키는 데 관심을 가져야겠다. 그리고 청소년들과의 대화는 더욱이 중요하다. 청소년들의 종교 교육이 교회의 진급 과제임은 금년의 시노드 주제가 바로 그것이었다는 것으로 증거하고 있다. 이들 청소년들은 새로운 시대감각을 지니고 있는 새 사제들의 특권적 분야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이와 같이 새 사제는 신학교 시절의 너무나 한정된 사회 안에서의 대화의 범위가 갑자기 사회와 교회 안의 광범위한 분야에로 개방됨으로 인한 어떠한 충격도 있을 가능성이 있다.
이때에 처음부터 독단적이 아닌 대화의 길을 체득하여 폭 넓은 인간관계의 구축에 수련을 더하여 두는 것이 일생의 사목생활에 좋은 기초가 될 것이라고 권고하고 싶다.
셋째로 연구와 공부를 계속할 것을 부탁한다. 사제는 일반 사회인과 달리 계속 우리 안의 양들을 가르쳐야 하는 목자이고 교사인 것이다. 신학교에서 학습했던 학문은 실제 사목에는 별로 쓸모가 없는 것처럼 착각하고 사목 실무에만 열심한 나머지 연구와 공부는 소홀히 하는 사제들이 없지 않을 것 같다. 공부는 계속하지 않으면 정지보다는 후퇴하고 만다. 그러므로 새 사제들은 일하고 공부하는 자세로서 항상 세상과 교회를 앞서가는 선구자적 경륜과 예언자적 사명감에 불타야 하겠다. 사제가 공부하지 않으면 신자들을 시대에 알맞게 가르칠 수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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