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을 맞이하여 예수 그리스도를 영접하는 모든 형제자매들에게 축하의 인사를 드리고 하느님의 풍성한 은총을 받으시기를 기원하는 바이다.
예수는 이미 2천년 전에 이 땅에 오셨지만 우리는 오늘의 성탄절에 새로운 마음으로 새롭게 예수를 맞이하는 것이 성탄을 축하하는 참뜻이 될 것이다.
먼저 예수는 무엇 때문에 또 어떠한 모습으로 이 세상에 오셨을까? 예수를 하느님의 아들로, 또 구세주로 믿는 우리는 마땅히 그분이 오신 목적을 우리의 목적으로 삼고 그분이 오신 모습을 본받아야 할 것은 말할 나위도 없다. 예수가 오신 목적과 모습은 단적으로 말해서 두 가지로 집약될 것 같다.
첫째로 예수는 세상의 구세주로서 인류의 구원을 목적으로 삼으셨다. 구원이란 현대적 표현을 빌린다면 해방을 의미한다. 야훼께서 모세를 통해 이스라엘 백성을 이집트에서 해방하셨듯이 하느님 아버지는 그의 말씀이시고 외아들이신 분을 예수란 이름의 인간으로 이 세상에 보내시어 전 인류를 죄와 죽음에서 해방시키셨다. 즉 원죄와 모든 본죄에서 벗어나 사랑으로 종합되는 선에로 나아가게 하고 또 영원한 죽음과 멸망의 멍에에서 벗어나 영원한 생명의 나라에 들어가게 하셨다. 그러므로 성자 예수는 모든 죄에서의 해방자이시고 죽음에서의 해방자이신 것이다. 우리는 예수의 이 해방자의 역할을 이어받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자기 자신에게서 해방되어야 한다. 근본적으로 자기중심주의에서 해방되어야 하겠다. 물질ㆍ명예ㆍ권력ㆍ쾌락 등의 노예 상태에서 가지 자신이 탈출되어야 한다.
동시에 교만 질투 증오 분노 등 최악의 유혹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리고 모든 다른 사람들을 고통과 멸망에서 해방시켜 주도록 노력해야 한다. 즉 빈곤에서, 억압에서, 질병에서, 그리고 죽음에서 그들이 해방되도록 도와주는 데 항상 앞장서야 한다. 예수는 바로 그 일을 하기 위해 세상에 오셨고 또 그 일 때문에 십자가에서 죽으셨다. 오늘날 세계는 인간의 존재 본질에 대한 자각에서 빈곤과 억압의 비인간화에서의 해방이 절실히 요청되는 현실에 입각해 예수의 구원사업을 인간 해방의 차원에서 해석하려는 새로운 신학이 제시되고 특히 이른바 제3세계에서 고조되고 있는 사실은 실로 현시대의 특별한 징표로서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과제이다.
둘째로 예수는 가난한 자로서 세상에 오셨고 또 가난한 자를 위해서 일하셨고 가난한 자에게 먼저 복음을 전하셨고 가난한 자 때문에 죽으셨다. 예수는 하느님의 부요하심을 버리시고 극단적으로 가난하게「베들레헴」의 말구유에서 태어나셨다.
그리고 자신의 머리 둘 곳도 없을 정도로 적빈으로 살으셨다. 죽으실 때도 실오라기 하나도 걸치지 않은 적신으로 정사하셨다.
본질적으로 가장 부요하시 분이 철두철미한 가난으로 일관하셨다는 것은 우리에게 가난의 고귀성을 시범하시기 위한 것이었고 또 그것은「가난한 사람은 진복자」란 교훈과도 부합시켜 주신 것이다. 예수는 가난한 자들을 먼저 제자로 간택하셨고 범사에 있어서 가난한 자의 편에 서셨고 부자 청년과 돈 많은 세리를 부끄럽게 하셨다. 이에 우리는 예수가 세상에 오신 가난의 모습을 닮아야 하고 예수가 가난한 자를 위해 살으신 모범을 무조건 본받아야 하겠다.
단적으로 우리는 마음의 가난만이 아니고 물질적 가난에 대해서도 만족스럽게 받아들이고서야 비로소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도와줄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는 물질만능이고 경제제일주의로서 부하게 사는 것만이 인생의 목적이 되고 가난은 수치이고 죄악인 양 멸시 당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교회 자체도 사회의 풍조에 휩쓸려 가난보다도 부요를 추구하는 정신으로 타락하는 경향을 엿볼 수 있게 되었다.
현재의 우리 사회는 경제 발전과 수반되어 부익부빈익빈의 현상이 두드러져 가난에 신음하는 자는 어디서나 볼 수 있다. 가장 보잘 것 없는 가난한 한 사람에게 사랑을 베푼 것이 바로 예수께 대한 사랑이라는 말씀과 같이 우리는 스스로가 가난한 삶에 대한 투철한 영성을 가지고 남의 가난에 대한 헌신적 사랑의 정신에 불타지 않고서는 가난하게 나시고 살으신 예수, 가난을 위해 사시고 죽으신 예수를 따를 수 없고 또 예수 성탄의 참뜻을 체득할 수도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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