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엑소시스트」가 전국 개봉극장에서 상영되자 교회내에 찬반여론이 엇갈리고 있다. 이 영화는 작년에「신들린 사람들」또는「무당」으로 소개되었다. 당시 가톨릭 매스콤위원회는「악마추방자」로 이름을 바로 잡아준 적도 있다. 그러다가 이 영화는「추방」되었다가「엑소시스트」란 이름으로 다시 돌아오는 곡절을 겪었다. ▲ 「엑소시스트」는 교회용어로 구마사. 구마사가 마귀를 내쫓는 일을 하는 면에선 무당과다름없다. 무당은 샤마니즘적 귀신숭배의 입장에서 굿으로 악귀를 달래고 빌며 치성을 들여 물러나게 한다. 반면에 구마사는 하느님을 믿는 사제로서 하느님의 권능에 의해 마귀를「내쫓아버리는」교회의 전통적인 구마예절을 행한다. 이런점에서 구마사의 구마예절과 무당의 굿은 근본적으로 판이하다 ▲ 연전에 신학교의 품제도가 바뀌기 전에는 구마품이 있었다. 부제품을 받기전에 신학생들은 구마품을 받았다. 지금은 비록 구마품이 없어졌지만 사제품속에 구마품이 포함돼있다고 봐야한다. 따라서 사제이면 누구나 구마예절을 행할 자격이 있다. 이것은 성서에도 있듯이 예수님의「마귀들린 사람들에게서 … 마귀도 많이 내쫓으신」사실에서 유래한다. 구마예절에 조건이 있다면 마귀들린 사실이 분명해야 하고「경건한 사제」로서 주교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 소설「엑소시스트」는 1949년 미국에서 어느 독실한 사제가 14세 소년에게서 마귀를 쫓아낸 사실이 소재라고 한다. 그 사제는 지금도 생존해 있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소설과 영화에선 구마예절을 행한 매린 신부와 카라스 신부가 사망한다. 매린 신부는 심장마비로 죽고, 카라스 신부는 어머니에 대한 죄의식과 자신의 신앙문제ㆍ수면부족ㆍ매린 신부의 죽음 등의 충격으로 마귀와 함께 떨어져 죽는다. 이 외에 특히 영문으로된 원작은 반교회적인 연성과 괴기하고 저속한 표현에다 악마의 힘을 숭배하는 인상까지 풍긴다. ▲영화에선 원작이 지닌 여러가지 불양성이 많이 배제됐다. 특히 검열과정에서 상당히 잘려나간것 같다. 그러나 이 영화에 대한 비판은 여전하다. 신부의 죽음은 악마에 대한 패배로 보기때문이다. 구마예절을 행한 신부가 죽는 것은 교회의 전통적인 눈으로 볼 때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한편 이른바「교회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신부의 죽음을 고귀한 희생으로 승화시킨다. 어쨌든 이 영화는 이 세상이 물질세계만이 아니라는 것을 새삼 일깨우는데 크게 기여했다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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