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무기형을 선고받고 13년째 복역하고 있는 재소자입니다.
일곱 살 때 어머님을 여윈 저는 그 후 절 끔찍이 생각해 주시던 할아버지마저 여의게 되자 성격이 뒤 바뀌어져, 모든 것이 싫어졌고 배타적이며 방종 하는 생활 속에 급기야는 살인이라는 씻지 못할 죄까지 범하게 되었습니다.
형이 확정되자 죽고 싶은 마음뿐이었습니다. 목을 매달기 위해 끈을 꼬다가 발각돼 엄한 감시를 받는 입장이었으나 온갖 수단을 동원, 별별 방법의 자살을 기도했으나 번번이 실패로 끝나 버리기도 했습니다.
수용생활 초기의 저는 이루 말할 수 없는 문제수로서, 희망을 잃은 채「될 대로 되라」는 식의 나태한 생활을 계속했습니다.
그러던 중 교도소 내 인쇄 공장에서 일하면서부터 조금씩 안정을 찾게 됐습니다.
마침 그때 P씨가 저에게 권유, 타의 반 호기심 반으로 미사에 참례케 됐습니다.
미사참례횟수가 잦아짐에 따라 저의 마음은 더욱 안정을 얻게 됐고, 하느님의 자녀가 되기를 결심하고 교리반에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변화에 주위사람들은 많은 야유를 퍼부었습니다.『저자식이 예수를 믿는데…나 참 웃겨서』
저는 이러한 야유와 따돌림에 동요되지 않으려고 이를 악물고 노력했습니다.
한 여름의 교리공부는 참으로 어려웠으나 P씨가 가르쳐주는 성서이야기와 따스한 격려로 인해 항상 마음은 새로 가다듬을 수 있었습니다.
차차 예수님의 고통이 곧 나의 고통임을 느끼면서부터 그 토록 부정적으로 생각되던 모든 것이 점차 아름답고 긍정적으로 보여 지는 것이 많아 졌습니다.
76년 성탄 때, 저는 하느님만을 위해 모든 것을 떨쳐버릴 것을 결심하면서 엠마누엘이라는 세례명을 받았습니다.
그 후 교도소 내의 형제들을 위해서 또 전교를 위해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고 활동했습니다.
그러다가 78년 김해교도소로 이송돼 생활에 적응하면서 재봉기술을 익히게 됐습니다.
기술이 제 생활의 전부인양 온 정성을 쏟았습니다. 자연히 성당에 나가는 횟수가 뜸해지기 시작했습니다만 기능경기대회에서 입상하고 양복기능사자격증과 대입검정고시에 합격하는 기쁨이 있었습니다.
지난해에는 이 곳 김해교도소에서 50여명의 동료수인들과 함께 성령세미나를 받았습니다.
7주간의 성령세미나는 저를 또 다시 새로 태어나게 했습니다. 주님의 그 크신 자비를 느끼고 한없이 회개의 눈물을 쏟았습니다.
그 후의 어느 일요일이었습니다. 글을 쓰다가 살짝 잠이 들었는데 비몽사몽간에 들려오는 소리가 있었습니다.
『너는 이 세상에서 죄지어 사형 받아 이미 죽었고, 지금의 너는 남을 위해 봉사해야 하고, 네 몸이 흙이 될 때까지 전교해야하는데도 지금의 너는 너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살고 있구나! 지금도 늦지 않으니 회개하라』는 소리에 깜짝 놀라 깨어났습니다. 눈에는 눈물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모든 것이 무서웠습니다.
저는 그 뒤로 열심히 성경을 읽으며, 남을 위한 일거리를 찾는 한편 전교에 몰두했습니다. 적지 않은 이들이 가톨릭에 귀의하게 됐습니다.
86년 2월 교도소에 레지오쁘레시디움이 창단되었고 저에게 단장직이 맡겨졌습니다.
우리 단원들은 교도소 내에서 줄기차게 기도하고 전교활동을 합니다.
단원 윤 발렌티노 형제는 가톨릭신문에「한 재소자의 눈물」이란 제목의 글을 투고, 그 원고료로 면회 오지 않는 불우한 형제에게 세면도구와 생활필수품을 사서 살짝 주었다가 뒤늦게 그 사실이 알려져 교도소 내 미담이 되기도 했습니다.
지난 추석에는 소장님의 특별배려로 1주일간 집에서 보내면서 가족들과 수많은 종교토론을 했습니다. 기간이 짧아 천주교 핵심교리에 까지는 도달 못 했지만 멀지 않아 석방될 때 온 집안 식구를 교인이 되게 이끌겠다는 결심만은 굳혔습니다.
남들은 불우하다고해도 복음을 안고 있으니 행복합니다.
저와 우리 교도소 내 신자형제들에게 신앙의 단맛을 느끼도록 도와준 부산의 교도소 후원회원과 모든 신자 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리며 이곳 신자재소자들은 보답의 기도를 바치고 있습니다.
오늘도 우리 김해교도소 전체가 주님의 은총아래 모두 다 한 형제 되도록 주위 형제들의 손을 잡으며 주님의 참뜻을 증거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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