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도움의 성모회가 벌이고 있는 6ㆍ25 동란 수난자 행적 조사사업이 최근에 와서 주춤한 상태에 있다고 보도됐다.
성모회는 작년 9월 26일 순교복자 축일부터 6ㆍ25 동란을 전후하여 순교했거나 납치되어 행방불명된 성직자 수도자 주요 평신자에 대한 행적을 조사해왔다. 6개월 여에 걸친 이 조사에서 성모회는 6ㆍ25 동란 발발 약 1년전에 납치돼 행방불명된 당시 평양교구장 홍용호 주교와 영원한 도움의 성모회 소속수녀 등 성직자 40명에 대한 기초조사를 끝냈으며 이 조사자료는 정리되는대로 곧 인쇄물로 공개될 것이라고 한다.
이 사업이 주춤하게 된 이유에서도 엿볼 수 있듯이, 성모회가「증언자의 사망 등으로 인한 자료수집의 어려움」과「본 조사에 필요한 전문 지식의 부족」함을 무릅쓰고 조사를 계속해오면서 남모르는 어려움을 많이 겪었을 것이다. 그러한 어려움을 극복해가면서 일부 수난자에 관한 자료이긴 하나 그만한 결실을 맺기까지의 노고를 우리는 충심으로 치하하지 않을수 없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회는 이 사업에 착수할때부터 어떤 필연적인 한계점을 예상했을 것임에는 틀림없는 일이지만 이 사업을 구상하여 추진해 온데는 우리가 짐작할 수 있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듯 하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회는 43년전인 1932년 6월 27일 평양시 상수구리에서 창립된 후 초대원장 장정온(앙녜다) 수녀 등 2명이 납치되고 9명이 북한에 남아 생사불명이며 급기야 공산당에 의해 강제 해산당하는 등 공산폭정의 흑심한 박해로 수난을 겪고 남하한 수도회이다.
특히 홍용호 주교에 대해서는 성모회로서 어떤 부담감을 느낄 이유조차 있는것 같다. 홍 주교는 1949년 5월 14일 영원한 도움의 성모회 본원에서 종신서원자들을 면접한 후 주교관으로 돌아가는 길에 강제 납치되어 행방불명이 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성모회의 6ㆍ25 수난자 행적조사 사업이 작년 10월 인천시 가정동에서 낙성된 홍용호 주교 기념성당 건립을 계기로 6ㆍ25 동란 수난자들에 관한「기념관 사업」의 일환으로 착수된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무엇보다 성모회가 이 사업을 서두르게 된 것은 세월이 흐름에 따라 수난을 직접 당하거나 목격한 증인들이 속속 타계해가고 관계 자료들이 소멸돼 가는 것이 안타까왔기 때문일것이다. 이제 성모회는 지금까지 수집된 자료들을 정리하면서 수녀회가 광범위한 조사대상을 처리할만한 여건이 안되는데다가 6ㆍ25 수난자들의 행적이 한국교회에 미친 영향과 의미를 고려할 때 주교단이나 수도단체들이 공동으로 전문기구를 조직하여 이 사업을 추진하는 방법을 모색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성모회의 이 같은 희망을 하나의 수녀회가 독자적으로 벌여온 사업이 벅차서 호소하는 일종의 비명이라고 보기에는 사안이 너무나 중대하다. 특히 79위 복자 시복 50주년을 맞아 교회 당국은 성모회의 희망에 응답해야겠고, 어려운「시작」을 해준데 대해 깊은 감사의 정을 느끼면서 관심을 가져야 할뿐아니라 거교회적으로 이 사업을 추진토록 주선해야겠다.
우선 이 사업은 교회사를 연구하는 전문가들의 협조를 전폭적으로 얻어야 한다. 「전문지식이 부족」한 수난 당사자는 자칫하면 수난자 중심의사료에 집착함으로써 그 경과가 수난야화가 될 위험성이 있다. 관계전문가들이 동원된다면 수난자에 대한 자료뿐아니라 당시의 정치ㆍ사상ㆍ사회ㆍ문화적인 관점에서 본연구도 입체적으로 진행될수 있을것이다.
주교단이나 수도회 장상들이 이 사업을 중대한 교회사업으로 인식한다면 재정적인 지원을 받는 연구기관의 발족도 어렵지 않을것으로 여겨지며, 수집된 사료를 계속 공개함으로써 신자들의 관심도 불러일으키고 새로운 사료의 발견도 촉진할수 있으리라 믿는다. 그리고 교회밖의 강좌를 해마다 열고있는 고려대학교와 연세대학교 등의 연구진과도 협조를 모색해야 할것이다.
한국 천주교회사에 대한 연구가 교회밖에서 오히려 활발하고 하나의 수녀회에서 독자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현실은 한국 천주교회의 전통과 체통으로 보아 부끄러운 일이 아닐수 없다. 이러한 시점에서 비록 늦기는 해도 최근에「한국 교회사 연구소」가 하나의 독립기관으로 재출발하게된 것은 어떤 희망과 기대를 걸지 않을수 없게한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회 수녀들의 갸륵한 뜻과 정성이 순교자 현양사업과 교회사 연구사업에 새로운 전환기를 마련해 주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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