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물통과 함석물통이 우물가에서 만나 서로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얘 함석아! 우리가 우물에 와서 물을 담아가면 무슨 소용이 있니? 우리가 다시 돌아가면 늘 빈 통이 되잖아!』
그래서 플라스틱은 이 하나마나 한 짓거리에 신물이 난다면서 불평을 털어놓았다.
다음에 함석이 말했다.
『플라스틱아, 너는 왜 그렇게만 생각하니! 나는 늘 빈 통으로 찾아오지만 올 때마다 이렇게 가득 채워 가지고 돌아가니 얼마나 흐뭇한지 모른단다.』하면서 함석은 자신의 넘치는 행복을 기쁨으로 대답하였다.
신자들의 이야기가 가끔 두 물통의 경우와 같을 때가 있다.
먼저 플라스틱 신자가 투덜거렸다.
『얘, 함석아! 우리가 성당에 와서 말씀을 듣고 미사에 참례하면 무슨 소용이 있니? 일주일을 살다 보면 말씀이고 하느님이고 다 잊어버리게 되잖아』그래서 플라스틱은 주일 돌아오는 것이 성가시고 귀찮다면서 불평을 털어 놓았다.
다음엔 함석 신자가 말했다
『얘, 플라스틱아! 너는 왜 그렇게만 생각하니? 나는 한 주일동안 빈 깡통으로 지내다가 이렇게 성당에만 오면 위로받고 용서받으며 그리고 말씀과 영성체로 가득 채워 가지고 돌아가게 되니 얼마나 은혜로운지 모른단다.』하면서 함석은 자신의 축복을 기쁨으로 자랑하였다.
똑같은 사건이라 하더라도 바라보는 눈의 각도와 열려진 마음의 크기에 따라서 은혜가 될 수도 있고 저주로 느낄 수도 있다. 그리고 신앙은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는 데에 더 밝고 예쁜 안경을 제공해 준다.
「유태인이 안식일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안식일이 유태인을 지켜준다」는 말이 있다.
우리도 그런 것이다. 우리가 주일을 지킨 다기 보다는 주일이 우리를 지켜주는 것이다. 그 의미를 아직도 깨닫지 못 한다면 우리는 여전히 저 어둡고 불안한 그늘 밑에 갇혀있는 것이 된다.
기도를 자주 외면하고 건수만 있다면 주일 빼먹는 일을 다반사로 하는 신자들이 상당수 있다는 것에 괴로움을 자주 느낀다. 그러나 그게 다 누구의 탓도 아니요 오로지 본당 신부 그 자신에게 책임이 있다는 것에 더 고통스러움을 느끼게 된다.
나는 지금 플라스틱이냐, 아니면 함석이냐? 스스로에게 물어보기조차 송구스러운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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