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엔 날마다 신문이 네 부씩 온다. 조간이 둘, 석간이 둘.
어느 땐 그 많은 신문을 거두어 주체하기가 여간 귀찮지가 않다. 게다가 그것으로 해서 지불해야 하는 액수도 우리로선 여간 벅차질 않다. 그렇다고 우리에게 또 그렇게 많은 신문을 반드시 봐야 할 까닭이 있는 것도 아니다.
큰 기사란 어느 신문이고 다 비슷비슷하게 다루고 있는 고로 한가지 신문만 봐도 세상 돌아가는 형편은 대강 알 수 있을 터이고 우리같은 서민으로선 그 정도만 알고 산다해서 조금도 불편할게 없다. 그리고 실상 그 네 가지 신문을 죄다 빠짐없이 읽지도 않는다. 그래서 난 얼마동안 그 불필요한 신물들을 오지 못하게 하려고 내 딴엔 꽤 기를 써봤다.
「××신문 절대 사절」이니 하는 따위의 말을 커다랗게 써서 대문위에 써붙여 보기도 했고 신문 돌리는 애를 붙잡아 가지곤 더 이상 신문을 넣으면 신문값을 안주겠다고 으름장을 놓아보기도 했다. 허나 신문은 계속해서 떨어졌고 신문값을 안주겠다는 내 엄포도 실상 한번도 실행되질 못해 일이 이 지경에 돼버린 것이었다. 아무리 마음을 독하게 먹자먹자 하여도 낡은 학생복에 영양실조의 얼굴을 들고 겁먹은 눈으로 찾아와 섰는 소년을 보면 나는 맥없이 약해져서 신문값을 주어버리고 말게 되는것이다.
저 애는 누구의 아들이기에 남들은 시름없는 마음으로 공부나 할 나이에 가엾게 저토록 고달픈 일을 하고 다니는 것일까. 내 아들이 저 애 보다 잘난점이 무엇이며 또 저 애 보다 우대받고 평안한 삶을 누릴 권한이 어디 있단 말인가. 그런 생각이 들면 나는 불현듯 나와 내 식구들이 누리고있는 안락스러움이 송구스러워지고 내가 갖고 있는 적은 행복들에 대해 무한히 감사해지며 나보다 불행한 저들에게 조금이라도 나의 것을 나누어 주어야 된다는 책무와 부담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그만 소년의 소청을 가혹히 뿌리치지 못하게 되고 조금이라도 그의 가난을 덜어주고 싶다는 욕망때문에 찔찔매지고 마는 것이다.
어떤 이들은 이런 행위를 값싼 동정이라 비웃고 지탄할게지만 나는 그리 여기지 않는다. 세상이란 어찌보면 큰노름판과 같다. 잘 사는 사람은 돈을 많이 딴 사람이고 못 사는 사람은 돈을 잃은 사람이다. 물론 제 요량껏 제 능력껏 합법적인 방법으로 얻은 재산이긴 하겠지만 가진 자는 갖지못한 자의 몫을 빼앗은 사람들이며 그들은 의당 그들에게 빼앗긴 사람들에게 얼마큼은 돌려주어야 할 양심의 부채를 지고있는 사람들이다. 물론 자기가 갖고있는 모든것을 다 불쌍한 사람들에게 주어 서로의 입장을 바꿔버려야 한다는 예기는 결코 아니다.
자기가 모은 것을 자기가 가질 수 없다면 어느 누가 힘써 일할 것이며 애써 피땀을 흘릴 것인가. 단지 나만 잘 살면 된다는 그 우매하고 인색한 이기심의 울타리에서 벗어나 남에게도 조금씩 베풀어주자는 얘기다. 우선 낡은 학생복의 신문돌리는 소년이 오거든 학비에 보태달라고 아주 작은 액수라도 도와주자.
그리고 우리들 마당에 편지를 던져주고 가는 저 고달픈 우체부 아저씨의 손에 아주 가끔이라도 우리들의 감사함을 표시해주고 떨어진 구두를 신고 오는 사람이 있거든 신장을 뒤져 성한 구두를 신겨 보내도록 하자. 그렇게 집집마다에서 쏟아진 사랑과 정성들은 모이고 합해져서 도움을 받는 사람에겐 큰 힘이 될 것이며 세상은 대번 활기와 화목으로 가득차 버릴 것이다.
있는 사람들은 있는 사람들대로 없는 사람들의 적의와 반감으로부터 해방되어서 좋을 것이고 없는 사람들은 없는 사람들대로 아무도 미워할 필요 없이 자기들의 생활을 즐길 수 있어서 좋을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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