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5년 7월 5일은 영원히 지나갔다. 이날의 특별한 뜻을 모르는채 무심하게 지낸 신자들이 많으리라. 이날은 바로 79위 한국 순교복자가 시복되신지 만 50주년이 되는 기념스러운 날이었다. 우리들은 자율적이고 진취적인 활동에 의하여 그리스도 신앙이 이 땅에 정착된 영광의 교회이며 1세기간에 걸친 박해ㆍ군란에 1만여 명의 생명이 천주 태전에 혈제를 올린 봉헌의 교회의 후손으로 이날을 묵상하고 기념하며 각오를 새로이하여야 할 날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날을 되새기는 기념행사 하나없이 예년과 다름없이 이날을 복자 김대건 축일로만 지난데 불과하다. 허전한 마음 역겨운 마음 그지없다. 이날의 뜻을 신자들에게 일깨워 주어야 하며 복음의 청순한 순교정신을 신자들의 심령에 투영시켜 주어야할 성직자들의 방심도 문제일 것이며 교회의 여러 홍보기관도 여론환기를 소홀히 했다는 자성이 있어야할 것이고 또한 수많은 여러 평신도단체도 별로 이날을 신심활동에 활용하지 않았다고 다. 의식적인 무관심인지 퇴영적 무감각에서의 소치인지.
그러나 이와는 대조적으로 오늘의 우리 교회의 현실을 보자. 야단스러우리만치 화려하게 선전되고 거행되는 겉치레의 행사와 조직이 얼마나 많은가. 물론 각 신심단체의 행사는 회합하고 대화하는 가운데 다짐하고 깨우침이 깊어진다는 뜻에서 찬성할만 하다. 그러나 이에 앞서 꼭 기억햐여야 할 일, 선행되어야 할 일을 우리는 잊었던 것이 아닐까?
79위 순교자의 시복운동을 정력적으로 추진하여 마침내 그 일을 수행한 뮈뗄 대주교님은『이 순교자들이 예수 그리스도의 대리자의 손으로 제대위에 안치되어 만인의 공경을 받게 되었으니 그들의 개선이야말로 내 일생을 통하여 크나큰 행복입니다. 천주여 한국교회에 이와 같이 무한한 기쁨을 내려주시고 이처럼 훌륭한 영광을 상주심을 감사하나이다』라고 적은바 있다. 이 벅찬 감격과 감사는 뮈뗄 대주교님만의 것으로 망각되어야하는 것일까?
이들 79위 복자는 우리와 같은 피가 통하는 우리 동포이고 우리 선배교우가 아닌가?
또한 이분들이 이 땅에 흘리신 고귀한 선혈이 거름되어 우리 교회가 자라온 것이 아닌가. 우리들은 그 후손이며 그리스도 신앙으로써 복자들과 하나의 교회에 묶여진 신우들이 아닌가. 그렇다면 뮈뗄 대주교님만의 못지않게 감격을 동감하고 감사를 표명하며 그분들의 순교정신을 우리사회에 현양하여야할 의무가 있는것이 아니가.
우리교회에서마저 각박한 현실생활에 젖어들어 마침내 본말전도의 양상이 벌어진듯 서운하고 서글프게 느껴졌던 7월 일이었다.
역사적 교훈은 기회있을 때마다 되새기고 새로이 인식하여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인간은 망각의 장점을 지닌 존재라고도 한다. 사실 별쓸모없고 구질구질한 일을 두고두고 되뇌일 필요는 없다. 그러나 교훈적 가치가 있고 실용적 의의를 지닌 일은 오래도록 잊지않고 기회있을 때마다 확인하고 그것을 자기생활에 활용하여야 하는것이다. 우리 사회에 많은 국경일과 기념일 그리고 강조주간 등이 설정되어있는 까닭도 그날의 뜻을 되새기고 그날에 즈음하여 각오를 새로이 하고 그 결심을 생활화 하자는데 그 본의가 있는것이다.
세계 수억의 가톨릭 교인에게 공경을 받은 자리를 선포받은 한국 순교복자의 시복은 우리 후손신자만의 명예요 영광이 아니라 또한 우리 국민적으로도 감명깊은 날이다. 이날 한국민족의 의의 정신이 세계적 영도자에 의해 공인되고 세계에 선포된 날이다. 사실 복자들을 제외하고 아직 세계적 추앙의 대상인사로 선포된 일이 또 있는가. 이 점 국민적 의의도 지니고 있거니와 종교적으로는 더욱 그분들의 고귀한 정신은 신심생활에 정착되어야 하고 사회활동에 현양되어야 한다.
우리는 한때 79위 복자 가운데 한분인 김대건 신부의 시성운동을 추진할 것을 다짐한바 있고 서명운동을 전개한 바도 있었다. 그 결의와 열정은 무소되었단 말인가?
이제라도 대오각성하여 한국 순교복자 시복 50주년의 의의를 성찰하고 순교정신 현양의 결심을 새로이 다지자. 그리하여 무실역행의 한국교회의 새역사를 창조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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