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은 어느 국민학교에서 신입생을 뽑는 면접시험때 선생이 한 어린이 무릎을 조금 꼬집으면서 얼마나 아프냐고 물었다. 보나마나 안아프다는 대답이 나오려니 했더니, 그 어린이는 선생 살을 꼬집으면서『요만큼 아파요』그러더란다.
어린이 마음을 테스트 하려다가 선생이 도리어 테스트를 당한 셈이었다.
자기네끼리 서로 꼬집었으니 어떤 쪽이 더 아팠는가를 다른사람이 알아낼 도리는 없다. 꼬집힌 살도 그런데 하물며 사람의 마음을 저울질하기란 극난한 일이다.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보이지도 않는 마음을 나타내는 말이 우리나라에는 참으로 많다. 몇가지만 들춰보자.
마음이 바르다. 마음이 삐뚤어졌다.
마음이 곧다. 마음을 붙이다. 마음을 두다. 마음을 사로잡다. 마음이 무겁다. 마음이 가볍다. 마음이 단단하다. 마음이 무르다. 마음속에 그리다. 마음이 곱다. 마음이 너그럽다. 마음이 예쁘다. 마음이 어질다. 마음이 거칠다. 마음에 걸리다. 마음이 착하다. 마음이 나쁘다. 마음이 슬프다. 마음이 쓸쓸하다. 마음이 아프다. 마음이 쓰라리다. 마음이 괴롭다. 마음이 들떠있다. 마음 놓다. 마음 맞다. 마음 졸이다. 마음 죄이다. 마음대로. 마음껏. 마음결. 마음보. 마음성. 마음씨. 마음자리 … . 우리 조상들은 이처럼 마음을 손으로 들어보기도 하고 만져보기도 하고 자로 재보기도 하고 먹어보기도 하고 뒤져보기도 하고 찾아보기도 했으니 얼마나 용한가.
마음을 두고 하는 소리인 속담도 많다.
▽마음씨가 고우면 옷 앞섭이 아문다=아름다운 마음씨는 겉모양에도 나타난다는 말이다. ▽마음에나 있어야 꿈을 꾸지=통 생각을 안하면 꿈도 안 꾸어진다는 말이다.
▽마음에 없는 엄불=형식만 차릴뿐이지 정성을 들이지 않음을 이르는 말이다.
▽마음은 걸걸해도 왕골자리에 똥싼다=잘난채 하면서 큰소리를 치지만은 하는짓은 못됐다는 말이다.
▽마음은 굴뚝같다=하고싶은 생각이 간절하다는 말이다.
▽마음을 잘 가지면 죽어도 옳은 귀신이 된다=착한 마음씨를 지니고 살면 죽어서도 잘된다는 말이다.
▽마음이 맞으면 삶은 도토리 한 알을 가지고도 시장 멈춤을 한다=아무리 가난하더라도 마음만 맞으면 어려운 고비를 잘 넘길수 있다는 말이다.
▽마음이 풀어지면 하는 일이 가볍다=부화가 풀리면 하는 일도 손쉽게 된다는 말이다.
▽마음이 흔들 삐쭉이다=삐쭉이다=줏대없이 논다는 말이다.
▽마음처럼 간사한 건 없다=사람의 마음은 이해를 가려 잘 움직인다는 말이다.
▽마음 한번 잘 먹으면 북두칠성이 굽어보신다=마음 착한 사람은 하늘도 알아 보살피신다는 말이다.
그러고보니 애꾸나 소경만이 병신이 아니다. 밝은 두 눈을 지닌 사람일지라도「마음의 눈」이 멀었거나 어둡거나 흐리고 보면 눈뜬 장님이나 다를바 없으니 육신의 눈 두 개에 마음의 눈 한 개를 더 보태「세눈박이」라야만 사람구실을 제대로 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는 박계형씨가 수고해주셨습니다. 이번호부터는 아동문학가 윤석중씨가 집필해 주시겠습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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