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일어나는 각종 강력사건들을 보면 인간의 생명이 정말「파리목숨」인가 싶을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경찰을 비롯한 전 공무원에 대해 비상근무 1호가 발효중인 13일에도 서울시내에서 택시강도 살인사건과 미군부대 경비원 피살사건이 발생했다. 이런 사건들이 10년동안 8배로 늘었고 수법도 잔인ㆍ흉포ㆍ대담해졌다. 그러나 이보다 더욱 문제시되는 것은 이런 범죄가 의례히 있는 것처럼 여기는 일반의 무감각이 아닌가 싶다. ▲이 같은 사건들이 늘어나는 근본원인에 대한 전문가의 견해도 교회의 견해와 완전히 일치한다. 즉 이러한 강력사건들은 한국사회가 알고있는 구조적인 부조리와 문화적인 병폐에 깊이 뿌리박고 있다는 것이다. 경제성장 위주의 근대화 정책이 물량주의 배금주의를 우위에 두는 사고방식을 보편화시켰고 분배 및 보상체제의 불균형은 사회 저변층에 심리적 좌절감과 소외의식을 격화시켜 이른바「심리적 극한상황」으로 몰아놓고 있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문제해결의 실마리도 교회의 부르짖음과 완전히 일치한다. 우선 부조리한 사회적 현실을 시정하고, 물질적인 가치보다는 정신적인 가치의 우위성을 보장하는 새로운 가치체계를 확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교회는 지금까지 정부의 비위를 거슬려가면서도 권력만능 금력만능 물신주의를 경고하고, 경제발전에는「인간발전」「사회발전」을 병행시켜야 한다고 역설해왔다. 「인간」을 위한 경제,「인간」을 위한 정치로 정의의 사회, 윤리의 사회를 이룩하자는 것이다. ▲그처럼 교회는「위력의 시대가 거하고 도의의 시대가 래」하기를 빌었지만, 그에 대한 대답은「법」이었다. 뭔가 무서운「법」들이 자꾸 만들어지고 그에 비례해서 무서운 범죄들은 자꾸 늘어나고 있다는 인상을 주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 아닌가 싶다. 「나라가 부패하면 할수록 그에 비례해서 법률이 늘어난다」는 명언이 새삼스레 떠오를 때는 더욱 우울해진다.
▲무서운 범죄에 무감각하듯이 무서운 법에도 무감각한 현상을 우리 주변에도 흔하게 볼수있다. 별문제가 아닌 실수로 일단 구속이 된 후에야『아하! 구속적 부심사 제도가 없어졌구나! 』하는 탄식을 들은 일도 있다.
「옛날에는 범죄 때문에 괴로워했고 지금은 법률 때문에 괴로워한다」고 어느 촉빠른 사람이 현실고발을 한바 있다. 그러나 우리는 요즘「범죄 때문에도 괴로워 해야하고 법률 때문에도 괴로워 해야 할」형편인것 같다. 가치관의 방향전환이 참으로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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