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매치기는 옷소매에 든 물건을 꺼내간다는 뜻에서 나온 말이라고한다. 사전을 보면「길거리나 차 등 혼잡한 곳에서 남의 몸에 지닌 금품을 슬쩍 빼어 훔치는 도둑」이라고 설명돼있다. 날치기도 이와 비슷하게「남의 물건을 날쌔게 채뜨려가는 짓 또는그런 도둑」이라고 풀이한다.
「슬쩍 빼어」와「날쌔게 채뜨려」가 다를뿐이지 둘 다「도둑」임에는 조금도 다를 바 없다. ▲지금까지우리는「소매치기 당했다」「날치기당했다」는 얘기를 어디서나 들을 수 있었다. 적금을 찾아오다가 날치기 당했다는 알뜰주부, 월급을 몽땅 털려 울상짓는 친구, 여비를 소매치기 당해 오도가도 못하는 시골사람, 백주에 목걸이와 시계 핸드백을 뺏겼다는 할머니와 아가씨 … 등등.
소매치기와 날치기란 이름의 도둑들은 수많은 착한 사람들을 울렸고 가슴에 못을박는 한을 남겼다 ▲그러나 피해사실을 경찰에 신고했다는 얘기는 드물었다. 어디다 호소하는 것은 바보짓이라는게 일반 상식이었다. 이제 드디어 그 일반 상식이 통하지 않을 시대가 도래할 조짐이 엿보인다. 검찰과 경찰이 소매치기 일제소탕에 나섰고 도둑들은 속속 자수하고 있다. 동시에 도둑들을 검거하기는 커녕 도리어 도둑질을 엄호 내지 협조해 온 경찰관들에게 철퇴가 내려지고 있다. 이번에는 진짜 눈가림이 아닌듯 하다. ▲그런데 한가지 재미있는(?) 것은 소매치기들의 조직계보와 용어가 아닌가 싶다. 소매치기단을「회사」 두목을「사장」이라 부르고「사장」은 자가용에 운전사 비서 등을 대동하고 있었으니 겉으로는 으젓한「기업」이다. 물론 그「회사」에서 윤리도덕이라든가 사회성을 찾아볼 수는 없다. 어디까지나 도둑들의 범죄행위로「기업」을 키워 나갔다. 날치기로 돈을 홈친다는 면에서「변칙기업」이랄까 ▲기업이 도덕성을 상실하면 소매치기들의「회사」나 다름없는 지경이 된다. 때문에 반사회적이라는 낙인을 받고 처벌의 대상이 된다. 비단 기업뿐아니라 국가사회를 경륜하는데 있어서도 절대적인 도덕성이 그 근간이 돼야한다. 교회의 관심도 바로 여기에 있다고 믿는다. 모든 질서가 도덕성이나 정당성이 결여된 변칙에 의해 이뤄지고 변칙으로 유지되는 일이 없는가. 이번 기회에 다시 한번 크게 반성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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