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 부산에서 시내버스를 탔을때였다. 버스안은 그리 복잡하지 않았지만 빈좌석이 없어 몇몇 사람과 함께 서서 가던중 무심코 어느 한 청년이 책을 펴보고 있는 것을 잠깐 주시했었는데 그 청년은 내릴때가 되었던지 조용히 책을 덮으면서 공손하게 십자성호를 긋는 것이 아닌가!
직감으로 같은 교우임을 앎과 동시에 스스로는 심한 마음의 가책을 느끼지 않을수 없었다. 『너 자신 구교우 집안에서 태어나 어렸을때부터 주님을 믿고 신앙심을 길러왔지만 남들이 보는 앞에서는 성호 하나 제대로 굿지 못하는 정말 초라하다 못해 불쌍한 신앙심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나도 가톨릭 신자라고 할수 있을까? 이런 나약한 믿음을 가지고서도 어떻게 주님을 믿는다고 할수 있으며 그래도 보람과 행복을, 주님의 은총을 주십사고 주님을 찾다니 나야말로 위선자로구나』하는 심한 자책을 느껴 그때부터 성호를 굿는 습성을 잊지 않았다.
물론 꼭 성호를 그어야만 그가 참된 가톨릭 신자라는 것도 아니고 사회를살다보면 때로는 성호 마저 그을수 없는 경우도 없지 않을것이다.
그러나 많은 교우들 그중에서도 우리 젊은이들은 이처럼 간단하고도 쉬운 성호를 정성되어 한번 그음으로써 참으로 무한한 용기와 인내와 힘과 보람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는것 같다.
얼마전 군종신부님으로부터 들은 얘기다.
어느날 약혼을 한 한쌍의 젊은남녀가 찾아왔었는데 그 중 젊은청년은 착실한 교우였고 그 젊은아가씨는 신자가 아니었단다.
얼굴도 예쁘고 교양도 있고 많이 배웠고 건강하고-한마디로 손색이 없는 신부감이었단다. 『이 청년의 어떤점이 가장 좋아서 결혼하기로 했었냐』고 여자에게 물어보았더니 처음엔 수줍어 얘기를 안하더니 하는 얘기가『한번은 같이 식사를 하기위해 음식점을 들어갔었는데 막 식사를 시작하려고 할 무렵 정성된 마음으로 십자성호를 긋는 것을 보고 이분이 천주교 신자라는 것을 알았고 무엇보다 참된 믿음을 통한 그의 용기와 진실함과 인격을 믿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 청년이 정성되이 표현한 신앙심은 믿음을 가지지않은 사람에게까지도 그처럼 감명을 준것 같다.
교회의 지도자는 물론 누구나 그 자신이 가톨릭 신자라면 자신과 함께 더많은 사람들이 교회로 나와 주님을 믿고 경배할 수 있도록 인도할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우리는 같은교우임에도 한동안 같이 지내다가 비로소 상대방이 교우임을 알 정도로 대부분의 우리신자들은 개신교 신자들에 비해 신앙생활과 전교방법이 너무나 소극적인 것 같다.
그래서 우리는 남들이 보는 앞에서는 성호경 하나 떳떳히 그을수 없어 남들이 볼까봐 돌아서서 성호를 긋던가 생략해 버리고 아예 이것마저 편리하게 생략해 버리고마는 신앙생활로는 남들에게 전교는 고사하고라도 자신의 신앙생활조차 부담스러워지지나 않을까 염려스럽다.
자신을 위해서 그리고 교회의 발전을 위해서 우리는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그리고 쉬운 성호경부터 정성되이 그을줄 아는 습성을 길러서 차츰 우리의 신앙을 생활화하여 비신자들을 주님의 품안으로 인도하는 계기가 될수 있도록 모든 교우들에게 특히 우리 젊은신자들에게 진심으로 제언하고 싶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