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우리가 써보지 못한「당신」이란 말속엔 무한한 꿈과 미소와 사랑이 깃들어 있는 것 같습니다. 지난 만 2년 동안의 결혼생활속에서 나는 분명 당신에게 감사함을 드려야 될 것 같습니다. 당신은 신앙인으로서 내적생활에 충실하려 고민하여 왔으며 또한 남편으로서의 의무를 다한 것 같습니다.
저는 모든 부부가 서로의 위치를 지키며 아내를 인격으로 대해주는 것을, 말하자면 남편의 도리를 성실히 이행하는 것을 보통으로 생각하여 왔고 또한 마땅한 것으로 알고 있었습니다만 사실상에 있어서 그렇게 행하는 사람은 퍽 드물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얼마전 이웃분과 여러이야기를 나누는 중에『○○엄마는 좋겠어 걱정할 일이 없겠네』그분의 말씀은 결코 비웃음이나 놀림은 아니었습니다. 걱정할 일이란 모든 여성들이 가장 고통을 받는 남편의 외도를 뜻하는겁니다. 대부분의 남성들은 잠깐의 외도를 일종의 가벼운 유희 정도로 죄책감없이 생각하나 봅니다만, 그러나 우리 여성들은 그런일에 부닥칠때 생명을 걸고 질투하며 미움의 성을 쌓게됩니다. 그 외에도 노름, 알콜 중독 매질 등 이 모든것은 우리네 여성이 두려워 하는것이며 또 이런 일들은 얼마나 여성의 마음을 거칠게 하는지 모릅니다. 저는 이 모든것에서 제외돼왔음을 진정 감사드립니다. 당신은 어떤 잘못된 일이 일어났을때 그 모든 책임을 스스로의 부족된 마음으로 돌렸으며 더욱 열심히 기도하며 자신을 닦아왔습니다. 미래에 대해서까지 언급하진 않아도 되겠죠. 나는 현재의 한사람의 인간으로서 이미 자리잡혀진 당신의 인격을 깨달았으며 존경과 감사를 드립니다. 평소에 우리를 위해 애써 주셨던 모든분들께도 우리의 성실한 결혼생활은 보답의 인사가 될 것 같습니다. 가끔 끊은 술을 마시고 들어올때 나는 되도 않는 싸움을 걸죠. 그러면 당신은『너는 열번 잘해도 한번 잘못한것 밖에 모르지』하시며 처음엔 웃고 넘기다가도 끈질긴 제 잔소리에 그만 화를 내시죠. 그러면 나는 또 질세라 당신이 누그러질때까지 요말 조말 핑계를 대며 당신을 놀리죠. 고요한 밤에 생각해보는 이 모든 일이 어둠속에서 추억처럼 느껴집니다. 요며칠 좀 쉬겠다고 당신 조석을 못끓여 드린 일이 수척한 당신모습을 뵈니 마음이 아프고 죄스러워 기가 죽어버립니다. 진정 미안하다는 말을 못했군요. 굳건한 신앙인인 당신과 결혼하게 된 것을 천주님께 감사드리며 당신의 생일을 맞아 제 마음의 사랑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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