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아줌마를 레지오에 강복을 주러 들어갔더니 웬일로 내 얼굴을 힐긋 힐긋 보면서 수근 대며 자기들끼리 눈치 것 웃곤 하는 것이었다.
영문도 모르는 나는 그저 강복을 드리고 나오려니까 한 자매님이 불쑥『신부님, 약은 잘 드시고 화장품은 매일 바르시지요?』하면서 조심스럽게 묻는 것이었다. 순간 나는 무슨 말인지 몰라서 우두커니 서서 아줌마들을 쳐다보고 있었다.
『있잖아요!』하면서 또 자매님이 말씀을 꺼내시며 지난 추석에 보약과 남성화장품을 한 세트 드렸는데 잘 자시고 계신지 확인 차 물어왔던 것이다. 그런데 이 숙맥불변의 신부는 여전히 주제파악을 못 하고 사태가 어떻게 진전되고 있는 줄도 모른 채 그저 곧이곧대로 『아, 그 약은 불쌍한 할머니를 드렸고 화장품은 친구 신부님께 드렸다』고 했더니 단원들의 얼굴이 일시에 우거지상이 되면서 굉장히 서운한 표정들을 지으셨던 것이다.
아줌마들은 그 날 레지오에서 내 얼굴을 바라보고는, 요즘 신부님이 보약을 드시고 화장품까지 바르시니 얼굴에 살도 오르고 땟갈도 한결 더 희어졌다고 당신들끼리 좋아하며 흐뭇해하셨던 모양인데 이 맹추 같은 신부가 뚱딴지같은 대답을 해버렸으니 그만 산통을 깨버렸던 것이다.
나는 얼굴에 뭘 발라 본 기억이 별로 없다. 매일 아침 면도를 하지만 스킨로션 한 번 찍어 바르지 않으며 머리 또한 몇 가닥이 없으니 이발소에 들린 일도 없고 포마드라는 것을 발라본 적도 없다. 그것은 서품식 날 아침 그때 한 번 뿐이었다. 바르는 것 뿐 아니라 입는 것에서 조차도 나는 감각과는 항상 먼 거리에 있었다.
생긴 것이 없어서 그런지 처음부터 멋이라는 것을 모르면서 살아왔다. 어머니는 이런 나를 보고『무폼』이라고 전에는 말씀하셨는데 해석하자면『폼이 없다』는 것이다. 신부가 폼이 있다면 무엇 하리 오마는 없는 폼도 썩 좋은 것은 아니라는 생각도 한다.
며칠 전에 낡은 모자를 잃어버리고는 새로 하나 사서 썼더니 사람들이 착 모식을 하라고 야단들이다. 할매들마저『우리 신부님 매력 있다.』면서 분위기를 부추기니 도대체 3천 원짜리 모자에 무슨 착모식이고 매력이고 있을까마는 워낙 들여다 볼 건덕지가 없는 인생에 뚜껑이 하나 바뀌었으니 사람들이 그게 그렇게 신통하게 보이고 재미스런 모양이다. 신부에게 멋이란 무엇인가? 목욕 자주 하고 옷 깨끗이 빨아 입으면 됐지 다른 뭐가 있을까마는 다만 내 못난 소가지 때문에 진정한 멋이 흐려질까 가끔 걱정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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