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죽음을 진지하게 묵상하고 죽은 이들의 영혼을 위해 특별히 기도하고 희생을 바치는 11월 위령(慰靈)성월을 또 다시 맞이했다. 11월 위령 성월에 신자들은 이미 세상을 떠난 부모나 친지를 비롯, 모든 연옥 영혼들을 위해 특별기도와 희생을 바치는데 이는 크리스찬의 영원한 삶에 대한 믿음에서 비롯된 것이다.

교회는 매일 미사 전례 중 죽은 모든 이의 영혼을 위해 끊임없이 기도를 바치고 있으나 11월은 모든 성인의 날(1일), 위령의 날 (2일) 축일이 포함돼 있어 특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교회가 모든 성인의 날 축일 다음을 위령의 날 축일로 지내고 있는 것은 모범적인 신앙으로 영혼 구령이 확정된 모든 성인(聖人)들의 전구를 통한 모든 죽은 영혼들의 구원을 도모하기 위한 배려이다.

한국 교회는 전통적으로 죽은 이의 영혼을 위해 기도하고 희생하는 일에 큰 비중을 두어왔으며 이는 조상공경심이 유별난 한국인의 심성과 일치, 신자들은 위령성월에 연옥영혼들을 위한 기도에 적극적이었다.

근년에도 이러한 위령활동은 본당마다 조직돼 있는「연령회」등을 통해 체계화 돼가고는 있으나 11월 2일 위령의 날이 되면 전 신자들이 성당에 나와「주모경 한 번에 한 명의 연옥영혼을 구령 한다」는 신앙으로 수십 번의 주모경을 바치곤 하던 전통적인 기도방법이 그 어느 때 부터인지 자취를 감춰 아쉬운 생각이 든다.

살아있는 자들이 죽은 이의 영혼을 위해 기도하고 희생하는 행위는 참으로 아름다운 일이며 이는 곧 자기구령과는 직결되는 문제이기도 하다.

위령성월은 자칫 잊어버리고 남의 일같이 생각하기 쉬운 우리 모두의 죽음과 영생문제를 심사숙고하고 신앙생활을 반성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때라고 볼 수 있다.

교회력으로도 위령성월은 한해를 마무리 하는 때이고 위령성월이 끝나면 새 교회력이 시작되는 대림절을 맞이하기 때문에 죽음을 묵상하면서 한해를 반성하고 결산하는 계기로 삼는 것도 바람직할 것이다.

인간은 그 어느 누구도 죽음을 이길 수 없고 죽음의 때와 사후를 알지 못 하는 유한적인 존재이기에 죽음을 이기고 다스릴 수 있는 절대자 구세주의 존재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따라서 죽음을 이기고 부활하신 예수그리스도가 승천하시면서 우리에게 주신『온 천하에 가서 만민에게 복음을 전하라』는 당부의 말씀을 우리 구령의 표지로 삼아야 할 것이다.

위령성월을 맞아 신자공동묘지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오늘은 나, 내일은 너」(Hodie M-ihi.Cras Tibi)라는 경구를 재음미하면서 우리 모두 후회 없는 죽음을 맞이할 수 있는 삶을 살아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