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의 딸로 태어난 지 19년이란 긴 세월 동안 누구 앞에서 하느님이란 단어조차 입 밖에 꺼내지도 못했다.
『우리의 가장 큰 사명은 전교입니다.』라고 하시는 신부님의 말씀에 나는『주님, 제겐 바라지도 마십시오, 전 절대로 못 합니다. 말 주변도 없고 해 봤자 되지도 않을 겁니다』라고 생각하면서 실지로 하고 싶은 생각도 안 나고 비웃음이나 당할 것이라는 생각뿐이었다. 확신도 없고 원망스럽고 부담스럽게만 느껴지던 하느님, 차라리 하느님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얼마나 홀가분할까 하는 생각뿐이었으니 그런 생각이 당연했을 것이다. 이렇던 내가 성령 세미나를 받은 후 부터 그분께 아픔과 조소와 더러움을 드린 나를 위해 죽기까지 사랑하신 그분, 그 향기 그 생명….원망의 감사로 바뀌면서 부터 그 좋으신 하느님을 전하고 싶은 생각으로 가슴이 설레었다. 그분의 입노릇을 한다는 것이 참으로 즐겁고 감격스럽고 감사했다.
인간적으로 좌절감을 느낄 때도 많지만 주님의 축복이 함께 하신다는걸 생각하면 분발할 수 있다.
처음의 일이었다. 독실한 불교신자인 삼촌에게 문자 그대로인 복음을 전해야겠다는 생각에서 신부님을 찾아 갔다. 내가 섣불리 건드렸다간 안 된다는 생각에서 신부님의 조언의 말씀을 그대로 옮겨 사용 할 심사에서였다. 신부님께선 나에게는 한 말씀도 안 해 주시면서 내 머리에 손을 얹고 성령께 기도만 하셨다.『이 자매님이 무슨 말을 해야 될지 몰라서 불안해 하고 있으니 성령께서 가르쳐 주십시오』라고 하시길래 난 또 망설였다. 과연 성령께서 가르쳐주실까가 의문스러웠다.
저의 체험담을 들으신 삼촌께서『네가 믿는 하느님은 참 좋으신 분 같다. 그러나 난 부처님을 배반할 수 는 없다』라고 하셨다. 난 말문이 막혔다.
누구를 배반하라고 권할 순 없지 않은가 속으로 기도했다.
『그건 배반이 아니다. 왕자로 태어나게 한 나의 피조물 석가모니, 그는 진리를 찾고자 애쓴 사람이니 진리자체인 내게 너의 삼촌이 나오는걸 알게 되면 기뻐하며 축하해줄 것이다』라는 말씀이 가슴에 울려왔다. 난 이런 말씀을 누구에게 들은 적도 없고 교과서에서 배운 적도 없다. 나의 말재간이 어떻던 내가 하는 것이 아니라 그분께서 나의 입을 통해 말씀하신다는 것을 체험했다.
『난 못한다. 말재간이 없어 안 된다』고 생각하시는 분이 계시다면 주님께 당신의 일을 하게해 주십사고 청하십시오.
그 보배스러움을, 그 생명을, 그 사랑의 향기를 바오로 사도처럼 그것을 향해 달음질치는 우리들이 될 수 있도록 아버지 하느님께 기도하십시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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