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실패가 많은 사람이다.
이런 내가 어찌 신부가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사도의 말씀을 빌리지 않는다 해도 오늘의 내가 된 것은 하느님의 은총의 덕인 것만은 분명하다.
그런데도 나는 여전히 실패의 길을 걷고 있다. 가끔 은총을 너무 욕되게 하는 것이 소위 부르심을 받은 내 소명의 길이 되고 있으니, 하느님의 자비가 아니라면 내가 어찌 사제의 길을 걷는다 말할 수 있는지 부끄러울 때도 많다할 수 있는지 부끄러울 때도 많다.
「일요한담」을 쓰면서 많은 이들한테 전화와 편지를 받았다. 모두들 고마운 말씀들이었고 부족한 내 인생에 용기와 힘을 불어넣어주는 사랑이요 관심이었다. 어떤 분은『그런 식으로 해서 어찌 미래를 밝힐 수 있겠느냐』고 질척해 주셨지만 미지근한 내 영성의 생활에 얼마나 고마운 말씀이고 적절한 충고였는지 모른다.
우리 신자들은 사제들에 대해서 특별한 존경과 사랑을 주고 있음에 늘 고마움을 느낀다. 실패를 실패로 바라보지 않고 오히려 덮어주고 이해해주며 사랑으로 감싸주니 가끔 신자들한테 성사보고 용서받는 그런 기분이 들 때도 있다.
어찌 보면, 우리는 모두 실패가 많은 인생들이다. 실제로 예수님이외에 어느 누가 완전할 수 있으며 넘어지거나 미끄러지지 않고 어찌 그 험한 정상의 길을 올라갈 수 있겠는가 말이다.
자랑할 것이 있다면 오로지 자기의 약점 밖에 자랑할 것이 없다는 바오로사도의 말씀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본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주님 앞에서 넘어졌던 베드로의 그 부족된 인격과 신앙도 묵상해본다. 하느님의 은총이 아니라면 인간의 존재는 과연 무엇이겠는가?
며칠 전에「가라반달의 성모」라는 영화를 보았는데 성모님의 주요 메시지 중의 하나에는 「사제들을 위해 기도하라」는 것이 있었다. 이 발현이 비록 교회의 공적인 인정은 받지 못했지만 내 개인적으로는 가슴에 와 찌르는 것이 많이 있었다. 「사제들부터 회개해야 된다.」는 신학교시절의 학장신부님말씀도 강하게 들려 왔으며 위선자들에 대한 주님의 그 무서운 책망도 모두 나에게만 메아리쳐 왔다.
주여, 나를 죽여 주시옵소서. 끈질기게 솟구치는 교만을 꺾어 주시옵고 두꺼운 위선의 꺼풀도 벗겨 주시옵소서. 절제 없는 분노와 시기심을 깨뜨려 주시옵고 거짓된 변명과 인간적인 욕망을 부수어 주옵소서.
주여, 나를 또한 살려 주옵소서. 겸손과 진실이 내안에 살게 하시어 더 밑으로 내려가게 해 주시옵고, 당신을 위해서라면 어떤 희생도 두려워하지 않는 강한 정신과 넓은 마음으로 참된 봉사자가 되게 하옵소서.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