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11일 우리 본당에서는 청년회주최로 대림절 일일 피정이 있었다. 성탄을 준비하는 대림 일일피정에서 무엇보다 기억에 새로운 것은 동산에 올라가 묵상을 했던 일이다. 무작정 걷던 나는 무슨 이유인지는 몰라도「죽음」이라는 단어가 생각났고 그것과 나의 상태가 연관 지어졌다. 그때는 동산을 배회하면서 엄습해온 정신적ㆍ육체적 나른한 피로감 그리고 피정의 시간이 끝나가면서 오는 충만감 등이 있는 상태였다. 죽음이 바로 이런 느낌이 아닐까? 그 최후의 순간에 모든 것이 채워지는 듯 한 충족한 느낌. 무언가 아쉬워서 매달리려고 바둥거리다 가는 게 죽음이 아니라 서서히 오는 피로감과 열심히 살아왔다는데서 오는 뿌듯함으로 넉넉하게 진정 쉴 수 있게 되는 순간이 죽음의순간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그리스도인에게 있어서 죽음은 끝이 아니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다시 한곳에서 모두 함께 만나기 위해 오늘 잠시 헤어지는 것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리스도의 현존은 점점 생생해지고 깊이를 더해감을 느낀다. 이렇게 그리스도의 생명을 삶으로써 신앙은 성숙되어가며 그리스도는 우리를 당신 자신으로 계속 채워 주시리라.
어둠속에서 홀로 빛나시는 그분과 크나큰 사랑 앞에서는 감히 내가 당신을 사랑한다고 말할수가 없다. 항상 보속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그분을 흠숭하며 살고 싶다. 내가 고쳐야할 것은 고치고 버려야할 것은 버리고 말겠다.
대림피정을 통해 나를 불러주시고 키워주시는 자비로운 하느님께 아직 사랑한다고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내 기쁜 마음은, 내 기쁨의 눈물은 정말이지 그렇게 외치고 싶기만 하다.
남주희<대구계산본당 청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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