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한해가 시작되었다. 모든 것이 잘되었으면 하는 기대와 바램을 안고 우리는 새해를 맞이한 것이다. 하지만 마음 한쪽구석에는 불안한 느낌을 떨쳐 버릴 수가 없는 것도 사실이다. 최근의 여론조사에도 나타난 것처럼 새해를 맞은 우리나라의 시국이나 사회의 분위기를 긍정적으로 보기보다는 불안하게 느끼는 사람들이 더 많이 있다. 앞으로의 우리사회가 안정과 번영을 약속하고 여러 가지 희망적 징후가 보이고 있다고 해도 그와 비례하여 우리를 불안하게 만드는 일들이 급증하고 있다.
최근 몇 달 동안에 우리사회가 너무 어수선해졌다. 각종범죄와 사고는 날로 증가하고 파괴나 불법적 행위가 공공연히 자행되어왔다. 도덕성은 상실되어가고 선과 악의기준도 흐려져 있는 것 같다. 민주화와 자율이라는 이름으로 폭력이 정당화되고 있다. 폭력이나 불법적 행위를 민주화의 과정에서 어쩔 수 없는 당연한 것이라고 그래서 이를 참아주어야 한다는 잘못된 생각을 가진 사람도 생겨났다. 저속하고 포르노성 짙은 영화도 자유예술이라고 미화되고 있다. 언제부터인가우리사회는 배금주의와 향락주의로 찌드러져 가고 있는 것이다. 환경오염문제가 우리에게 심각하다고 하지마는 우리는 정신적 환경공해에 이같이 심히 오염되어있다.
지금 우리사회 안에는 하느님이 계시지 않는 것 같다. 하느님이 보이지 않는다. 우리교회가 이 땅에 세워진지 이백년이 지났지만 우리나라 정치나 사회、예술 그 어느 곳에도 하느님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 이 사회는 하느님을 거부하고 있다. 최근의 일이다. 우리교회가 오래전에 설립한 어느 대학에서 대학성당을 아담하게 짓고자 했다.
그러나 일부 대학교수들과 학생들의 데모와 방해로 성당을 세울 수 없게 되었다. 대학성당에서 신자학생들이 기도하고 묵상하며 하느님 말씀을 듣게 된다는 사실이 그들에게 지극히 못마땅한 것이다. 그리스도교적 설립이념에 따라 이땅의 젊은이들을 훌륭히 키워 나가고자하는 우리의 노력도 이제 거부를 당하고 있다. 또 어느 수녀원에서 운영하는 가톨릭병원에서는 파업의 사태를 빚어내었다 파업을 주도한 노조의 단체협약안중에는 병원에 근무하는 수녀들은 대부분 나가야한다고 주장했다. 이 병원이 그리스도교적 냄새가 너무 풍긴다는 이유 때문일까? 수녀들이 자기들의 일에 방해가 된다는 생각 때문일까? 우리가 그토록 추구해온 민주화의 결과가 겨우 이것인가? 과연 과격한 데모나 반교회적이고 불법적 행위도 일시적인 혼란이니 허용되어야 한다고 말할 수 있는지 묻고 싶다.
지난 성탄절 자정미사 때 교황성하께서 말씀하셨다. 『문명과 진보 및 발전으로 악의 뿌리는 제거되지 않았다. 인류역사를 볼 때 악은 점점 더 깊어지고 있다』이 말씀은 바로 우리나라를 보고 하신 말씀처럼 들린다.
1989년에 우리교회는 우리의 사회로부터 여러 가지 새로운 도전을 받게 되는 것 같다. 또 올해는 세계성체대회를 치루어야 하는 중요한 해이다. 사회는 이처럼 교회에 도전하면서 신자들에게 나쁜 가치관을 심어주고 우리들을 혼란스럽게 만들려 하고 있다.
우리교회는 다시금 허리를 졸라매고 쇄신운동을 시작해야 할 것이다. 전국평협에서 주창한 신뢰회복운동이나 세계성체대회 준비위원회의 한마음한몸운동도 이같은 맥락에서 그 파급효과를 기대해볼만하다「살려느냐? 마음을 교쳐라!」이것은 에제키엘 예언자의 말이다(18、32). 이 외침은 꼭 우리들에게 하신 말씀같아서 곰곰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우리가 살아남기 위해서 우리사회를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서 무엇보다도 우리 모두가 회개하고 새마음 새뜻을 품어야 할 것이다. 회개하라는 이 예언자의 외침이새해의 교회 모든 활동 가운데、그리고 뜻있는 모든 교회인사들 마음속에 스며있어야 하겠다. 마음의 회개가 선행되지 않으면 교회가 하는 말은 모두 빈말이 될 뿐이고 이 사회와 사람들의 마음을 고쳐줄 수 없을 것이다. 에제키엘의 말씀을 거꾸로 표현하면「회개하라. 그래야 살아남을 것이다」라고 할수 있다. 즉 마음을 고쳐먹지 않으면 우리 모두가 죽게 된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이 예언자의 말은 우리에게 남겨준 하나의약속이다 사실 인류가 물리적으로 살아남기 위해서 마음을 근본적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것은 이미 세계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세계평화를 위해서 그리고 국가와 국가 간의 갈등 또 공해문제에 있어서도 마음을 바꾸는 일이 반드시 필요한 것으로 되었다. 그러나 특히 지금 우리사회의 현실에는 더욱 긴요하게 되었다. 우리들의 일상생활이나 공동생활에 자주 접하게 되는 것도 많은 사람들의 마음이 딱딱해졌다는 점이다. 이해와 용서보다도 투쟁과 쟁취의 이기심이 우선되고 있는 것도 문제이다. 마음을 고치는 것은 하느님께 향한 회개이다. 그래서 하느님을 다시 찾아나서야 하겠다.
오늘 우리들은 여러 가지 면에서 성경에 나오는 탕자와 닮아가고 있다. 자유와 민주화에 대한 욕구 때문에 그리고 편안한 생활에 대한 동경심 때문에 점차 하느님으로부터 멀어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많은 사람들이 소비적 성향으로 인해 인생을 낭비하거나 이미 인생을 망쳐버렸다. 어느 시인의 말처럼 하느님께 가는 길은 지독히 멀고 또 그 길을 따라가는 사람이 없으니 그 길은 황량하기만 한 것인지 모르겠다. 그러나 성경의 그 탕자는 오래 생각한끝에 결국「나는 떠나서 아버지에게로 돌아가겠다」(루까15、18)고 고백했다. 이 말은 우리 모든 신자들에게 해당된다. 그리고 우리나라를 걱정하는 모든 교회사람들이 깊이 음미해야할 말이다.
이창배<神父ㆍ본사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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