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 가운데 가장작은 사람이 가장 위대한 사람이다』(루가 9장 48절)
위대한 법률가요 정치가요 또한 철학자며 문학가였던 16세기 말의 석학 프란시스 베이컨(Francis Bacon 1561~1626ㆍ영국)은 그의 명저 아포리즘(Aphorism)에서 인간의 네가지 우상을 말했다. 즉 종족의 우상(Idols of the Tride)、동굴의우상(Idols of the Cave)、시장의우상(Idols of the Marke-Place) 、극장의 우상(Idols of Theater)이다. 이것들은 인간을 불행하게 만들고 인류사회를 절망으로 몰아넣은 요소들이다. 베이컨의 이러한 인간분석이 깊은 성서 연구와 역사 연구에서 우러나왔다는 점에서 우리의 관심을 더 끈다. 이번호에는 먼저 종족과 동굴의 우상을 고찰해 보기로하자
종족의 우상
우리는 일상생활을 해 나가면서 내가 인간이라는 것을 잊어버리기 쉽다. 인간이라고 하는 피조물의 하나인 인간종족에 속한다는 사실을 잊어버리는 것이 종족의 우상이다. 지식에 있어서나 힘에 있어서나 피조물로서 제한되어 있다는 것을 망각할 때 우리는 많은 잘못을 범하게 된다. 부지불식간에 저지르는 이 착각이 교만을 낳게 되고 교만은 피조물의 최대의죄악인 것이다. 교만해지는 순간 남을 얕보고 업신여기게 된다. 그것은 예수그리스도의 정신과정 반대되는 행동이다. 교만이 생활 속에 나타나면 아주 유치한 인간이 된다.
교만이 지식 면에 드러나면 퇴보하기 시작한다. 또한 교만이 물질 면에 나타나면 고립되기 시작하고、교만은 친구를 없애고 가족을 멀리하게 하고 하느님으로부터 자기를 떼어놓게 만든다. 결국 이 교만은 하느님께 대한 피조물이 반역인 것이다.
인체의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여러 가지 바른 자세의 생활법칙이 흩어질 때 병이 난다. 우주의 자연법칙을 파괴한다면 인류는 멸망하게 될 것이다. 그 와같이 인간이 하느님의 법을 어기고 교만해 질 때에는 당연한 결과로서 벌이 뒤따를 것이다. 에덴동산을 추방당한 아담과 하와처럼「종족의 우상」이 낳는 열매는 고독과 불안과시기와 증오의 싸움이다. 서로자기가 낮고 자기가 높다고 말다툼을 벌인 제자들을 보고 예수는 어린아이 하나를 가운데에 세워 보이고 말씀하셨다. 『이 어린이와 같지 않으면 천국에 갈 수 없다. 너희 가운데 가장 작은 사람이 가장 위대한 사람이다』
인간이 불행해지는 경우 그 원인을 따져 들어가면 자기 자신의 결과임을 발견할 때가 많다. 결손은 문제를 해결한다. 그러나 교만은 문제를 더 복잡하게 한다.
『나는 하느님 앞에 진심으로 겸손하다』고 고백할 수 있을 때 행복의 천사는 우리 곁에 있을 것이다.
동굴의 우상
이 동굴은「자기의 동굴」이다.
깊은 숲에 들어가 그 산의 우람한 전체를 못 보는 것처럼、작은 시냇가에 앉아 그 시냇물이 먼바다를 향하여 여행하는 그 웅장한 행로를 모르는 것처럼 자기의 동굴 속에 들어앉은 인간은 세게도 안 보이고 결국은 자기 자신도 모르게 된다. 이 옹졸한 사람은 가장 불행한 나그네의 일생을 마치게 된다.
대학 교수들의 격언은『책을 쓰지 않으면 망한다』이다. 새로운 것을 내놓지 못하면 학자로서의 생명이 다한 것이다. 신앙생활의 격언은『전진하지 않으면 망한다』이다. 신앙생활에 정지는 있을 수 없다. 자라나지 않으면 망하는 것이다. 예수님은 두 종류의 기도를 비유로 말씀하셨다. 한 사람은 자기의 부족함을 진심으로 뉘우치는 기도를 드렸고 또 한사람은『이만하면 괜찮죠?』하는 식으로 자기의 신앙을 인정받으려는 기도를 드렸다.
첫째 사람은 전진하는 신앙이요、둘째 사람은 멈춰있는 신앙인이다. 회개는 전진의 징표인 것이다. 자기의 동굴에서 나오는 것이 회개이다. 그래서 하느님의 품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새로 태어남이다. 끝으로 다음과 같은 일화가 우리 스스로자신의 동굴에서 나올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길 바라면서 소개한다.
어떤 사람이 자기와 같은 동네에 사는 부부를 성당에서 보았다. 그들은 평소에 사이가 나쁘다는 소문대로 매우 쌀쌀한 표정으로 따로따로 들어와서 각각자리를 잡고 앉았다. 미사가 끝날 무렵 본당신부님의 말씀에『오늘부터 새로운 출발을 하기로 결심하는 사람은 다 앞으로 오라』고 하자 앞에 앉아있던 남편이 먼저 일어서서 앞으로 나아갔다. 많은 사람들이 서서히 앞으로 나아갈 때 그 부인도 함께 앞으로 걸어갔다. 빠른 걸음으로 걸어서 남편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어느새 그들 부부는 정답게 손을 잡고 무엇인가 이야기를 나누며 미소 띤 얼굴로 십자가 앞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이 부부 사이에 무슨 변화가 어떤 힘으로 일어났는지는 설명하기 어렵지만 한 가지 추측할 수 있는 것은 그들은 스스로「자기의 동굴」에서 나왔다는 것이다.
성체 성년을 맞이하여 주교단의 사목교서를 체질화하고 한마음 한몸 운동에 적극적으로 동참하여 생명의 나눔(헌혈)제물의 나눔(헌미)보금자리의 나눔(입양、결연)을 통해 예수님의 놀라운 약속이 이루어 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예수님은 놀라운 약속을 하셨다『나를 믿는 사람은 내가 행하는 일을 그도 행할 것이요 이보다 더 큰 일도 행할 것이다』(요한복음 14장12절)
89년 새해에 새로운 포부와 새로운 기대를 걸어본다.
『더 큰일도 행할 것이다』는 약속과 함께.
박복주
<수녀ㆍ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회 서울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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