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부가 한 아이에게
『아가, 이 고삐 좀 붙들고 있거라. 잠깐 어디 다녀 올테니』
『이 말 물지 않아요?』
『아아니다』
『이 말 받지 않아요?』
『아아니다』
『이 말 차지 않아요?』
『아아니다』
『이 말 내빼지 않아요?』
『아아니다』
『그럼 뭣땜에 붙들고 있어요?』
마부는 말문이 막혀 버렸다. 그 아이 말마따나, 물지도, 받지도, 차지도, 내빼지도 않는다면, 사람이 붙들고 있을 필요가 없을것이 아닌가.
이처럼 덮어놓고 안심을 시키는 것도 도리어 불안을 가져오지마는 반대로 너무 겁을 주면 도리어 배짱이 생긴다.
『담배를 피웠다간 큰일난다. 담배 한개비 상관으로 선수가 이기고 지기도 하고, 대놓고 많이 피우면 오래 살지도 못한다. 암에 걸리는 원인이되기도 하니 절대로 담배를 입에 대지마라』
그러나 담배는 여전히 잘 팔린다. 고급담배일수록 인기가 대단한 모양이다. 술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말리더라도 이름이 그래서 그런지 술술 넘어가는 모양이다.
『술 담배가 몸에 나쁘다는건 멀쩡한 거짓말야. 영국수상을 지낸 처칠만 하더라도 여송연과 독한 술이 입에서 떠난날이 없었지만 아흔살 가까이 살다 돌아가지 않았느냐 말야』
곤드레 만드레 술에 취한 이들이 지껄이는 소리였다.
『자네 말이 옳아 암 그렇구말구』 참다못해 나도 말참견을 하였다.
『그분이 술 담배를 끊었더라면 더 오래 살았을는지 누가 알겠어요』
『듣고보니 그도 그런데 …』
베에토벤이 말년에 귀가 안 먹었던들 더 걸작이 나왔을지도 모르지 않느냐는 생각과 아울러 처칠의 수명도 술 담배만으로 간단히 따질수 없는 노릇이기는 하지마는, 술 담배를 잘해서 오래 살았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것이다.
한번은 또 이런말을 주고받은 적이 있다. 예수를 믿는 사람이 저지른 잘못을 꼬치꼬치 캐면서 한사람이 머리를 내저으며 하는 소리가
『그사람 예수 헛믿었지요. 목사가 돈을 떼먹었다니 글쎄 그게 말이 됩니까.
요 얼마전엔 전도부인이 놀아난 기사가 신문에 났더군요. 에이 창피해서 … 』
침이라도 퉤퉤 뱉을 것 같았다.
옆에서 내가 한마디 하였다.
『그건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시는 말씀이지요. 일을 저지른 그가 예수를 믿었길래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더라면 살인강도나 쌍벌죄에 걸릴 짓을 했을는지 누가 알겠어요』
『자네 말이 옳으이』
누가 내어깨 너머에서 맞장구를 치길래 돌아다보니 시인 정지용씨였다.
그러니 그게 벌써 30년 가까이 된 묵은 얘기지마는 지금 생각해도 내 생각이 옳았다. 한 두사람에게 허물이 있었다고 해서 그 사람의 종교까지 들먹인다는 것은 택시가 사람을 치었다고 해서 택시조합을 살인조합으로 모는거나 다를바 없다고 하겠다. 아무리 잡아 떼더라도 물지않고 받지않고 차지않고 내빼지않는 말이 없듯이 사람 역시 허물은 있게 마련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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