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여름이라 무더웠던 오후가 간 뒤에 느슨한 기온이 찾아온 저녁무렵 미사를 드리고 성당에서 나왔다.
그때 한 여류시인을 만났다. 그녀 또한 나와 함께 미사를 드리고 있었던것 같았다. 나는 그 시인의「시」를 읽어본적도 있고 어렴풋이나마 시인의 생활을 동경도 해보았다. 그 생활은 맑고 천진스럽고 겸손하고 깨끗하며 순결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는 마치 부푼 꿈을 가진 소녀처럼 살며시 가서 다정하게 인사를 했다. 나는 그 인사에 반가운 반응을 기다리면서 혹시 내가 말이나 잘못한 것이 아닌가 하면서 떨리는 기분조차 들었다. 그런데 잠시후 기대치 않았던 그 서먹서먹하고 유쾌하지 못한 표정과 몇 초 동안의 감정들….
그녀는『그래』라는 극히 사무적인 단어를 남기고 같이왔던 자기의 아들을 부르면서 가버린다.
나는 성당 언덕을 내려오면서 많은생각을 해보았다. 교회는 모든 사람이 서로 사랑하며 형제적인 우호관계를 맺고 사랑과 기쁨, 그리고 평화와 상호부조안에서 살아가야 한다고 가르친다.
이 세상의 지위 의고하나 귀천을 따지지 않고 지상적인 재산이나 명예따위에서 벗어나 서로가 한가족으로서 형제애의 공동체를 형성하고 살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하느님께서는 어느 개인이 아무리 사회적 명예나 지위가 있고 그시 대의 많은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칠수 있는 훌륭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개별적으로 거룩하게 하거나 우월하지 않으시고 오직 사람들을 한 백성으로 모아서 당신을 진실히 받아모시어 충실히 섬기도록 하시었다.
우리 교회는 이러한 인류의 소망에 응하고자 전 인류를 아버지이신 하느님 아래 하나의 백성으로 모으고자 하시는 주님의 뜻을 실현해가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우리 신자들끼리 먼저 한마음 한뜻이 되는 사랑의 공동체를 형성해 나가야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고도 시급한 일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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