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서른돐이 지났다. 30년이란 세월이 후딱 가버렸으니 참 세월도 빠르구나!
세월은 서양화와 같은 것이어서 멀리 떼놓고 보면 떼놓고 볼수록 그윽하고 아름다와 보이는 법이다. 30년전의 감격의 그날을 나는 이렇게 시로 읊었었다.
해방의 날
서울 장안에
태극기가 물결쳤다.
옥에 갇혔던 이들이 인력거로 추럭으로 풀려 나올 제
종로 인경은 목이 메어 울지를 못하였다.
아이들은 설에 입을 때때옷을 꺼내 입고 어른들은 아무나 보고 인사를 하였다.
서울 장안을 뒤엎은 태극기 우리 기.
소경들이 구경을 나왔다가 서로 얼싸안고 울었다.
<해방의 날>
시는 꾸민것도 보탠것도 아니었다. 그날 내 눈으로 본 그대로를 글로 옮겼을 따름이다. 나는 그 당시「해방의 날」의에 또 한편의 시를 이렇게 읊었다.
길가에
방공호가 하나 남아있더라.
집없는 아이들이 그속에서 거적을 깔고 살고 있었다.
그속에서 아이 하나가 제비새끼처럼 내다보며 지나가는 사람에게 물었다,
『독립은 언제 되나요?』
<독립>
30년전의 그날은 어른도 아이도 남자도 여자도 성한 사람도 병신도 아는 사람도 모르는 사람도 잘사는 사람도 못사는 사람도 없었다. 유식한 사람도 무식한 사람도 잘난 사람도 못난 사람도 착한 사람도 못된 사람도 없었다. 하나로 뭉쳐서 해방된 기쁨과 나라를 새로 세울 회망에 부풀어 있었던 것이다. 그러길래 앞을 못보는 소경들까지도 종로거리로 몰려나와 서로 얼싸안고 목놓아 운것이 아니었던가 … 쫓겨가는 일인들의 적산가옥에도 눈을 팔지 않았으며 길에 즐비하게 늘여놓구「싸구려」를 부르던 그네들의 살림찌꺼기 앞을 고개를 돌리고 지나가던 우리들이 아니었던가 그러나 그러한 심정도 처음 며칠뿐!
해방의 방향이 괴상하게 돌아갔던 것이다.
「삼로」와「삼당」이 날뛰기 시작한 것도 그 무렵이었으니「삼로」란「에로」「할로」「테로」였고「삼당」이란, 「정당」「식당」「불한당」이었다. 그통에 버림받은 것은 아이들이었으니 「독립」이란 시는 그들의 애처로운 모습을 그린 글이었다. 「해방의 기쁨을 어린이에게도!」 라고 외쳐보았으나 혼란과 방황의 소용돌이 속에서 어른들 귀에 들릴턱이 없었다. 다시금 8ㆍ 15 해방날의 그 감격, 그 정열, 그 양심, 그나라 사람으로 되돌아갈 수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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