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하고 병들면 큰소리 한번치지도 못하고 기억들어가기만하는 이 불쌍한 환자들을 누가도울 것입니까?
가난한자 병든 자 불구자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부유한 선진국일수록 더 많은 것으로 압니다.
선진국 후진국을 구별할 수 있는 것은 가난한 자도 불구자도 한 결 같이 잘살 수 있도록 북지시설이 잘되어있는 나라가 참된 선진국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국민은 하려는 마음만가지면 어려운 일도 능히 해낼 수 있는 저력 있는 겨레입니다.
단 시일 내에 우리 경제는 계속 고도성장을 이루게 돼 대도시에는 고층건물이 즐비하게 되었고 구걸하며 다니는 걸인도 이제는 자취를 감춰 옛날의 일이 돼버렸습니다. 그러나 부(富)에 반비례해서 불구아는 많아지고 가정불화 청소년범죄 흉악범 등이 매년 증가되는 사회현상을 볼 때 한국 국민으로 우려를 금치 못 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러한 불행을 막아내고 시정하는 손길을 국가와 교회가 뻗쳐나가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78년 미국에서 보게 되었던 일이 생각납니다. 손과 발이 몽땅 잘리고 머리와 몸뚱이만 남은 소년이 조금 남은 팔뚝에 의수를 붙이고 양다리에는 의족의 몸으로 양계 업에 종사하여 닭에게 모이를 주고 있었습니다. 또 어떤 소아마비 환자가 목발을 짚고서 신문배달을 하는데, 그는 추운 겨울날 눈보라가 치는데도 그 어려운 일을 해내고 있었습니다.
우리 한국에서도 팔 잘린 사람이 입으로 붓을 물고 그림을 그리고, 발은 없어도 다리에 붓을 끼워 그림 그리는 모습을 본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 불구자들의 강한 의지를 따뜻한 사랑의 눈으로 보아주고 격려하는 자가 얼마나 되는지 솔직히 의심스럽습니다.
심장수술을 받은 환자에 대한사회의 태도도 얼마나 차가왔던지…제 가슴에 못을 박았던 쓰라린 상처들이지만요.
심장병으로 수술을 받은 청소년들 중에 서울대·연대·고대 등 우수한 학교를 졸업하고 취직시험을 치르게 돼 1차 필기시험에 합격했습니다.
그들은 2차 면접시험엔 번번이 떨어만 지더군요. 군 복무를 미필하고 심장수술을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근무도중 심장병 재발로 죽을 위험성을 내세워 거절하는 것입니다. 심장병환자를 도우고 있는 제 입장에서 냉혹한 이사회에 대한 통탄의 마음이 얼마나 뼈아픈 것이었는지…
또 현재 우리나라의 현실은 빈부의 차가 너무 극심해가고 있다고 봅니다. 고루고루 잘 살아야 평화롭고 좋은 나라이며, 만인이 인정할 수 있는 복된 나라라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단칸 셋방에서 5∼6명 가족이 몸을 비비대며 살아가는 극빈자가 있는가하면 널따란 대지에 볼링장 수영장 정구장 등 각종 오락시설들을 갖춰놓고 엘리베이터로 이층을 오르내리는 편리한 호화주택에서 호의호식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물론 자기 나름대로 열심히 일하고 노력 한 결과 부유한 생활을 하게 되는 분에게 할 말도 악평할 자격도 없습니다. 다만 나와 내 가족을 위해 쓰고 남는 재물을, 조국의 진정한 발전을 위해 또 불우하고 가난한 이들을 위해 나눠준다면 바로 하늘에 보화를 쌓는 지혜이며 삶의 참 보람이지 않겠습니까. 부유한 분들에게 드리는 나의 간절한 바램이 기도 합니다.
몇 달 전 어느 분이 가난한 심장병 환자를 위해 써달라고 5백만 원을 기부한 일이 있었습니다.
나는 그 돈으로 위기에 있는 7명의 심장병 환자에게 수술을 받게 할 수 있었고 한 사람의 낙오자도 없이 완전 성공의 기쁨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나는 그 은인에게 이 기쁜 소식을 전해드리고 감사를 드리고자 환자 어린이와 부모와 함께 그 분을 방문하였습니다.
방문 자리에는 잔치 상까지 마련해 놓으시고, 건강한 몸이 된 어린이와 감사해마지않는 부모들과 함께 기쁨을 나누게 되었습니다.
그 분의 말씀이 또 얼마나 겸허하셨는지 우리 모두의 가슴에 새겨졌습니다. 『가난 때문에 마음 고생까지 하게 된 여러분이 이제 병이 완치되어 앞날이 밝은 것을 볼 때, 한편 우리 집 애들의 앞날이 걱정되는군요. 가난도 고통도 모르고 자란 애들이라 앞으로 어떤 역경에 처했을 때 꿋꿋이 극복해 나갈 수 있을 런지…』하고 그 분은 걱정하셨던 것입니다.
우리의 재산은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임시로 맡겨주신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많은 재산을 주신 것은 가난하거나 병든 이 등 불우한 이에게 나눠주자는 사명까지 주신 것으로 믿고 있습니다.
성서에도 받는 기쁨보다 주는 기쁨이 더욱 크다고 하셨고 우리도 조그마한 것이라도 남에게 베푼 후에 흐뭇한 마음의 기쁨을 느낀 체험을 누구나 갖고 계시리라 믿습니다.
말로나 생각만으로 남을 사랑하지 말고 행동으로 진실하게 사랑을 실천함으로써 우리 모두가 기쁨과 평화를 누리며 살아가기를 빌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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