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가을 비가 추적대는 오후 성체조배를 하기 위해 성당계단을 오른다.
활짝 열려진 문들. 맘씨 좋은 아저씨 내외분이 성당내부를 쓸어내고 계셨다. 놀랄 만큼 쌓여 있는 쓰레기더미 밀감껍질 야쿠르트 우유 곽 껌 종이 휴지 거기에 구겨진 주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모양들을 바라보면서 이곳에서 성스러운 봉헌성가와 성체성가가 울렸으며 두 손 모으고 성체 모시던 이들이 있었다고 생각하기가 힘들었다. 『너무 애쓰시네요. 어쩜 이렇게 버려놓을 수 있을까요』『우리가 해야 할 일이긴 하지만 잘 보이는 곳에다 두기만이 라도 하면 좋겠어요』
사내 녀석들을 데리고 온 엄마들은 아이에게 음료수를 먹이고 나서는 그 안에 오줌까지 받아서 의자 밑 구석에 바짝 숨겨두어 빗자루로 쓸어내시다가 그만 끈적한 야쿠르트나 오물이 바닥을 억망으로 적시면 화가 나신다고했다.
며칠 전 TV화면을 통해 한강변 공공기물이 파괴되어가고 있다는 어떻게 성전을 한날 쓰레기통처럼 만들 수 있는지?
부모들이 표양을 보이지 않음으로 그 아이들이 어린이미사에 참례하여 부스럭대며 군것질을 일삼는 것을 어찌 나무랄 수 있겠는가.
향기롭고 고운 꽃들이 꽂힌 제대 뒤편에 우리의 주님께서 앉아계시어 바라보고 계신다고 여기고 조용조용 문을 여닫고 이제는 쓸어내어도 더는 쓸어야 할 것이 없을 만큼 청결을 유지해 주기를 소망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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