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출근시간에 사람들을 쳐다보노라면 새삼 활기를 느낀다. 비 바람과 눈 보라 속에 서도 제 갈 길을 재촉하는 모습에서 살 맛을 느낀다. 그런데 잠깐 발걸음을 병원으로 돌릴 리면 이 세상에는 온통 환자들만 있는 듯이 보인다. 그리고 잠시 그들이 속에 묻혀있노라면, 무슨 병이 그리도 많은지 머리가 무거워져 생으로 병이 날 지경이다.
며칠 전 신문에는 희한한 병명이 소개된 바 있다. 「대통령 병」이 바로 그것이다. 원숭이에게 많다는 후천성 면역결핍증(AIDS)환자가 우리나라에도 있다고 해서 발칵 뒤집힌 적이 있는데, 이건 원「대통령 병」이라니… 누가 그런 병명을 지어냈는지 몰라도 놀랍기 만하다. 하기사 어렸을 적에는, 커서 무엇이 되겠느냐는 어른들의 물음에 아이들은 「대통령」「장군」하고 쉽게 대답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건 아닐 것이고…
사람들이 대통령직에 매력을 느끼는 이유는 무엇인가? 떵떵거리며 군림할 수 있기 때문인가? 신호등의 제약을 받지 않아서 좋다고 코라손 대통령의 우스갯소리가 생각난다. 그러나 대통령은 국가와 민족을 위해 사심 없이 봉사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대통령이 되려면 정기를 타고나야 하는지는 몰라도, 참으로 중요한 것은 국가와 민족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현명하게 판단하고 봉사할 줄 아는 사람이어야 한다.
환자의 치료를 위하여 의사의 진단과 처방이 필요하듯이, 이 세상의 구원을 위해서는 사회현상에 대한 진단과 처방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 일은 예언자적 사명을 지닌 그리스도인들이 해내야 할 일이다. 지금 우리의 처지가 너무나 복잡하게 얽혀 있어도 그리스도인인 우리는 그것을 풀기위해 노력해야 한다.
마침 추기경의 한 말씀이 이 시대의 실마리를 풀 수 있는 조짐으로 나타나고 있다.『내 말을 누가 들어 줍니까』하는 비통한 한마디가 긍정적인 메아리로 돌아오도록 우리 모두 기도해야 한다. 아무리 세상이 어려워도 우리에게는 희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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