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우리교회의 약점과 결함을 모르지 않는다. 그것들을 낱낱이 들추어 말하려든 다면 많은 지면이나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그런데 오늘 아침에 나는 불현듯 우리 교회의 좋은 특징하나를 들어 말하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일상의 만성적 시련과 고통들에 시달릴 때마다 내게는 적지 않은 위로와 기쁨과 힘이 되어온 것인데 그것을 다시 머리에 떠올리고 싶은 오늘 아침의 내 기분이다.

아마 그것은 내가 최근에 다녀온 어느 아시아 주교회의에서 받은 인상의 작용인지도 모른다.

내가 보기에 우리 교회의 특징 또는 강점은 그 쌍두 마차적 성격에 있다. 즉 그것은 성직자 위주이면서 동시에 평신도위주인 교회라는 점이 있다.

한국을 찾아오는 많은 외국성직자들의 우리 교회에 대한 첫 인상은 하나같이 성직자 위주의 교회 상、다시 말하면 권위의식이 강한 성직계급에 의하여 다스려지는 교회 상이라고 한다.

그 한 면만을 보고 그들은 즉시 한국교회에는 평신도를 위한 자리가 거의 없거나 있다 하더라고 넓지는 않으리라는 추측을 하게 되고 급기야 그것을 그들의 결론으로 굳혀버리는 성싶다. 그러나 실은 성직자와 평신도가 함께 복음화작업과 사목사업의 주역이 되어 평협과 조화의 일치를 이루고 있는 것이 우리교회의 진상인 것이다.

한국교회가 성직자위주의 교회임에는 틀림없지만 그러나 그만 못지않게 그것은 전통적으로 평신도주도형의 교회이기도 한다.

복음의 씨를 직접가지고 들어와 뿌렸고 성직자 없는 교회를 오랫동안 꾸려나갔고 신명을 바쳐 신앙을 지키고 전파하였으며 그것을 후세 사람들에게 물려준 초대 한국교회의 평신도들이다.

따라서 그 후예들이 우리 교회사명 수행의 주역을 담당한다는 것은 매우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전통이며 그것은 우리 교회의 하나의 특징적 생리이다.

나는 외국의 교회들에서 매우 좁은 평신도의 자리를 보았다. 그 점에 있어서는 동서양 간에 별 차이가 없었다. 가령 미국에서는 평신도들에게 그들이 낸 헌금을 셀 역할마저 주어지지 않고 있음을 보았다. 그리고 성당 입구에 서서 주일 미사에 나오는 사람들을 안내하는 역할을 맡는 다는 것은 모두 선택된 신자의 특권이었다. 그들은 전반적으로 본당 사목에 수동적이었는데 그것이 그 곳 교회의 전통인 듯하였다.

구라파의 여러 나라에 있어서는 대체로 성직계급이 감히 권위를 휘두를 엄두를 낼 처지에 있지 못했으며、평신도 역시 적극적으로 사목에 참여하기는 고사하고 도대체 평신도사도직 부재의 상태라고 할 만큼 빈곤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나는 우리 교회를 관찰하거나 알아볼 뜻을 품고 찾아오는 외국 손님이라면 어느 본당이라도 좋으니 시간을 내서 얼마동안이나마 그 곳에서 생활해 보라고 권고하고 싶다. 그러면 그는 틀림없이 우리교회의 양면을 보게 되리라. 그는 본당 신부의 권위주의적 기질과 당당한 성직자적 자세를 보게 되리라. 그리고 그가 발휘하는 강한 영도력과 활발한 사목 활동을 보게 되리라.

한편 그는 거기에서 평신도들의 성직자에 대한 온유한 순종과 자녀 적 존경심을 보게 되리라. 그러나 그는 동시에 교회 안에서의 그들의 뚜렷한 위치와 긍지를 보게 되리라. 그리고 교회 사목사업에의 헌신적이며 적극적인 참여의 모습이 또한 그의 시야를 찾아들리라.

그는 본당 신부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사목 위원회의 활동을 보게 되리라. 즉 그는 주일 헌금을 세는 정도가 아니라 본당 신부를 모시고 직접 예산편성을 하고 사목 계획을 세워 분주히 추진해 나가는 사목위원들의 자랑스러운 모습을 보게 되리라. 그는 또한 다양한 사도직을 수행하는 수많은 활동 및 신심단체들의 정신과 활동에 접하게 되리라. 또한 그는 구역 모임이나 반 모임이 운영현장에서도 무엇인가를 찾을 수 있으리라.

그리고 그는 어느 본당을 찾아가나 반드시 전교 수녀들을、그것도 수도복 차림의 수녀들을 만나게 되리라. 오래고 고된 수련을 거쳐 교리 지식으로 무장하고 선교열에 불타는 행복한 표정의 수녀들을 그는 틀림없이 만나게 되리라. 이런 특징을 지닌 우리 교회는 살아 있다. 그것은 과연 살아 움직인다. 많은 결함을 가진 채 그것은 힘 있게 나아간다. 물론 이것은 우리의 힘이 아니다. 그것을 모를 만큼 우리가 미욱하거나 오만해서는 안 되리라 가톨릭교회를<순결한 창녀>로 비유한 신학자가 있지만 한국교회도 예외는 아니다. 우리 교회는 어떤 의미로 창녀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그것은 성령의 거느르심으로 순결을 유지한다.

나는 오늘 우리 교회 자랑을 좀 한 셈인데 다른 나라 교회들을 업신여기고 우리나라 교회를 마구 내세우는 것이 이 글을 쓰는 내 뜻이 결코 아니다. 그렇잖아도 툭하면<동양 제일>이니<세계 제일>이니 하는 말을 함부로 농함으로써 약소 국민의 한을 풀어보려는 과대망상 가들의 무리한 짓을 나는 가장 싫어하는 사람이다. 그러기에 나는 내 자신이 혹여 자기 기만에 빠지지나않을까 늘 조심하며 살아간다.

오늘 나는 단순히 우리 교회의 특징으로 여겨지는 한 가지를 들어 말한 것뿐이며 무엇보다도 우리교회가 하느님께 특별한 총애를 입고 있는 사실을 이 기회에 내 자신에게 다시 한 번 상기시킴과 동시에 주님께 대한 감사의 의무를 재삼 확인시키고자했을 뿐이다.

사랑하는 너 한국 교회야 네게 다시 말하노니 감사의 기도 소리를 네 입에서 그치지 않게 하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