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사람들은 성당의 종소리까지도 소음 공해라 몰아붙이는지 모르겠다. 18년 전부터 들어 와 다른 소리 속에서도 구분해 낼 수 있는 저 소리조차 말이다. 특별히 오늘 내가 저 종소리에 귀이울이는 것은 우리 이웃들에게서 자꾸만 잊혀져 가는 종 할아버지에 대한 우리들의 기억을 새롭게 하고자 함이다.
지금도 그러하지만 그 시절농사를 짓는 농부들에게는 10원이 아쉬운 시절인지라 그분은 몇 푼을 위해 당신 스스로 굳이 흙 묻은 옷, 땀에 찌든 그 모습으로 시장에 나가셨던 분이다.
그렇게 돈을 아끼시던 분이 성당을 짓는데 종을 기증 하겠다 하셨으니 집안에서부터 말썽이 생기지 않을 수 없었겠다. 마나님을 비롯한 식솔들의 거센 반대도 아랑곳 않고 땀 흘려 농사짓던 그 땅을 팔아 성당 종각에 종을 높이 달게 하신 호랑이 할아버지는 그 호칭이 종 할아버지로 바뀌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성남동의 저 종소리를 사랑한다. 그 소리를 들을 때 마다 양들 품에서 죽은 푸른 눈의 하 신부님과 종 할아버지의 따뜻한 마음이 전해오기 때문이다. 더욱 나는 우리 성당을 비롯하여 신축하는 성당 어느 종각이라도 사람들 마음에 울려 퍼질 그 종만은 때 묻지 않은 돈으로 달게 되기를 원하는 어리석은 마음을 갖는다. 여유 있는 돈에 선심 쓰듯 내는 것이 아니라 어려운 가운데 몸의 일부를 부수어 내는 그런 뜨거운 마음을 녹인 종소리를 듣고 싶다는 게다. 이 위령성월에 돌아가신 종 할아버지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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