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의 가을축제에 폭소마당이 벌어졌다는 보도가 있다. 짧은 기사가 전하는 젊은이들의 말투에서 우리는 반짝임과 섬뜩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이 시대의 고민으로 몸살을 앓는 그들의 해학에서 우리는 그 말마디에 숨겨진 깊은 의미를 읽어야한다. 거기에는 시대의 징표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모의국회에서는 좌경화와 관련, 『대학생은 걷는 것도 좌측통행』이라는 여당의 공격이 있었다한다. 이에 맞서서『빨간 신호등을 보고 횡단보도를 건너간다고 해서 용공으로 볼 수는 없다』는 야당의 반박을 우리는 그냥 웃어넘길 수만은 없다. 콧날이 찡해져 눈물마저 찔끔거리는 웃음을 웃고만 있을 수는 없는 것이다. 현장의 생생한 광경을 알길은 없으나, 이런식의 논리전개라면「좌측통행을 하는 보행족의 좌경성과 우측운행을 하는 승용차족의 우경성」까지 말함은 너무나 심한 비약인가? 아무리 모의국회라지만, 정당하게 좌측통행을 하는 사람을 심판대에 올려 좌경시하는 대학가의 현장에서 우리는 민족의 아픔을 느끼는 것이다.
우리는 좁을 길목까지 빽빽하게 밀려다니는 자동차의 틈바구니에서 인권(人權)과 차권(車權)을 생각하기도 한다. 그러다가 짜증이 나면『 말이 많으면 빨갱이』라고 몰아치던 우스개를 뒤집어쓴 엄포가 생각난다. 민족의 비극인 6·25를 겪으면서 이런 식의 발상은 비약에 비약을 거듭하여 공산당 아닌 관제공산당을 만들어 내기도했다. 이는 이 시대에 거울삼아야할 불행한 역사의 교훈이 아닐 수 없다.
이 세상에는 물질에 밀리는 인권이 있는가하면, 힘(폭력과 권력)에 눌리는 인권도 있다.
이것은 분명히 잘못된 일이다. 그것은 사람이 하느님모습으로 창조되었기 때문이다.
교황께서는『한국의 민주화와 남북 간의 정상화, 그리고 북한에 있는 당신들의 형제들을 위해서 기도 하겠다』고 교황을 알현한 재야인사에게 말했다 한다. 이에 앞서 교황은, 당신의 조국 폴란드와 한국, 북한 등『인권을 탄압하는 나라가 여러 곳이 있다』고도 말했다 한다. 세계평화와 인간의 존엄성을 위해 항상 기도하시는 교황성하의 염려를 접하며 만감이 교차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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