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가톨릭 나사업가 연합회가 해마다 실시하는 정착장 신앙재교육을 위해 지난 7일부터 11일까지 4박5일간을 경북 칠곡군 지천면 연화동에 위치한 칠곡 농장에서 동료 신학생 두 명과 함께 지냈다. 출발하기 전에 상당히 망설였다. 나의 엷은 신앙생활로써 특수한 운명을 짊어진 그분들에게 무엇을 전달할 것이며 무슨 얘기를 할 것인가? 자칫하면 뜻 아니한 실수로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오지 않을까하는 두려움이 앞섰기 때문이었다.
대부분의 주민들이 양계로써 살아가는 곳이었기에 닭 모이주는 시간을 피하여 아침 낮 저녁 세 차례에 걸친 강의 교리 말씀의 전례 성가연습 등을 진행하면서 가르친다기보다 배우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생활하기로 하였다. 식사때마다 그릇위에 쌓올린 밥이, 더 많은 밥그릇을 깨끗하게 처치하는 우리들의 식성이 그분들의 눈에 좋게 보였던지 저녁교리와 만송이 끝난뒤면 밤늦도록 고소 마당에 앉아 많은 얘기를 나눌수가 있었다. 특히「손 반장님」이라 불리는 분과의 대화에서 마디없는 손으로 밤하늘에 그득한 별들을 가리키면서 우주속에 작용하시는 하느님의 신비스런 손길에 대해 이야기할때 그분의 진지하게 빛나는 눈빛은 정말 인상깊었다. 고통은 인간을 괴롭히고 소외시키고 절망케하지만 그분은 그 고통을 통해 남들이 간과하는 신비에로 눈길을 쏟고 있음을 보았다.
또한 그분들 가운데에는 요즘 사회에 보기드문 열녀(烈女)도 숨어있었다. 그곳 공소의 총무님 부인에 관한 이야기이다.
총무님은 자신의 몸에 병이 생긴 것을 알자 가족 몰래 이곳으로 오셨다고 한다. 그러자 그 부인게서는 그분과 떨어지지 않기위해 주위 친지들의 재혼 권유를 뿌리치고 스스로 자신의 한쪽 팔을 자르고서 장부를 따라 이곳에 왔다는 것이다. 막상 그녀의 팔없는 빈소매를 보았을때 아연해질뿐이었다. 그분들은 가톨릭 신자라는 이유 때문에 박해도 당하였다.
7년전 국립요양원 시절에 있었던 얘기다. 가톨릭 기관으로부터는 별 혜택이 없는데다가 병원장부터 거의 모든 주민들이 장로교 신자였기에 가톨릭 신자들은 주일날 공소예절마저 공적으로 볼 수가 없었다.
그래서 교우들은 나무하러 가는척하면서 산속에 모여 공소예절을 보곤했다고 한다. 그 당시 가톨릭 신자라는 것이 드러나거나 공적인 예절을 하다가 들키면 거의 추방되었기 때문이다. 그러한 역경속에서 그들은 좌절하지 않고서 신앙생활을 영위해왔다. 지금의 공소도 외부의 도움없이 힘든 불구의 몸으로 뜻과 힘을 모아 언덕을 깎아 터를 닦고 흙벽돌을 찍어서 세운 것이라 한다.
4박5일을 지내는 동안 우리가 봉사하러 온 것이 아니라 봉사받으러 온 것이 아닌가하는 느낌이 들 정도로 그분들의 친절과 따뜻한 대접이 너무도 과분하였었다.
떠나올때 도로변까지 전승나온 어른들의 틈에 끼어 손에 매달리는 꼬마들과 헤어지면서 꼬마들을 위해 공소 마당에 간단한 그네라도 설비해주는 분이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그곳 아이들은 같이 놀아줄 선생님도 놀이터시설도 없어 장로교 성경학교에 나가 놀고있는 실정이었다.
버스속에서 동료신학생은 그들의 신앙생활이 다른 정착지에 비해 전투적이었다고 평하면서 가톨릭기관이 조금만 더 배려해 준다면 그들에게 큰 힘이 될 것이라고 아쉬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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