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부터 출생과 혼인과 사망을 인생의 삼대사라고 하여왔다. 그 가운데서도 자의로 결정해야 하는 것은 혼인뿐이다. 국법에서나 교회법에서나 혼인은 당사자의 자유로운 합의를 가장 중요한 요건으로 삼고있다. 교회의 일곱가지 성사 가운데서 성사를 받는 사람이 스스로 성사를 집행하는 성사는 혼인성사뿐이다. 즉 혼인성사는 모든 조건을 갖춘 혼인당사자가 서로 혼인하겠다는 합의를 할 때에 자동적으로 성립되는 성사이다. 따라서 주례신부는 그 혼인성사의 집행을 안내하고 하느님의 축복을 전달하는 자에 불과하다.
이와 같이 혼인성사가 당사자의 의사를 존중하는 이유는 부부가 평생토록 결합되어야 하고 자녀를 낳아 하느님의 창조사업을 완성시켜야 하기때문이다. 그래서 일단 성립된 혼인은 어느 일방이 사망하지 않는 한 해소될수 없는것이 본칙이다.
하느님이 맺어준 것을 사람이 풀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혼인을 결정할 때에는 세심한 주의와 평생을 두고 후회하지 않겠다는 자신이 서야할 것이다.
한국교회의 통계에 의하면 해마다 관면혼인이 불어나고 있다. 신자는 신자와 혼인하는 것이 마땅하고 또 하느님이 세워주신 성사다.
그런데도 우리교회 내에서 미신자와의 관면혼인이 불어간다는 것은 신자들의 혼인문제가 중요한 문제점으로 부각되었다는 것을 뜻한다. 기업인이 일시적으로 동업을 하는데도 서로 뜻이 잘 맞아야 성공을 하는데 평생의 결합인 혼인을 하는데 있어서는 더 말할것이 없다. 부부간에 사랑과 성격과 의사가 맞아야하고 특히 신자의 혼인에는 신앙의 일치를 필요로 한다.
그런데 신자와 미신자간에는 가장 중요한 신앙의 일치가 결여되어 있기 때문에 그 혼인생활의 행복과 자녀들의 신앙생활이 염려되지 않을 수 없다.
교세통계에 의하면 1972년도의 총 혼인건수 7, 852건 중 그 59%가 관면혼인이었고 1973년도에는 총 8, 835건층 61%가 관면혼인이었고 1974년도는 드러난 계수착오 등으로 그 통계에 의할수 없으나 전년도와 비슷한 추세로 추정된다. 이와같이 신자들의 혼인상황이 신자끼리의 혼인보다 관면혼인이 훨씬 많고 또 그 추세가 상승하고있는 것으로 된다. 다른 한편, 교회법원에 , 제소된 혼인관계 소송을 보면 대구관구의 경우 그 70%가 관면혼인을 한 자들이라고 한다. 이 간단한 통계에서 발견되는 문제점은 첫째로 예외적이어야 할 관면혼인이 정상적이어야 할 신자간의 혼인을 크게 상회하고 있을뿐 아니라 그 추세가 해마다 상승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고, 둘째는 관면혼인에서 혼인소송이 월등히 많이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관면혼인도 교회가 허용하는 혼인이다. 또한 우리나라와 같이 신자수가 적은 전교지방에서는 더욱 관면혼인의 허용이 불가피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신자인구가 해마다 증가하는데도 관면혼인이 줄기는 커녕 더 상승한다는것은 사목상의 큰 관심사가 아닐수없다.
물론 그 중에는 신자간의 혼인에 못지않게 행복한 가정을 이루고 자녀의 종교교육도 잘하고 있는 부부가 있겠고, 또 관면혼인을 한 후에 미신자인 배우자를 입교시켜 전교의 효과를 거두는 사례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관면혼인은 교회가 소망하는 혼인이 아님에는 틀림이없고 또한 앞에서 제시한 혼인소송의 통계가 관면혼인에 대한 경종을 울리고 있다.
그리므로 교회는 각 교구 단위 및 전국단위의 사무기구로서 신자들의 혼인문제를 상담하고 지도하는 상선기관을 설치하여 신자간의 혼인을 널리 주선함으로써 관면혼인을 줄이는 동시에 혼인준비 교육과 신자로서의 부부생활 교육을 철저히 할 것으로 본다. 부득이 관면혼인을 하려는 자에 대하여는 신자인 본인은 물론 그 배우자가 되려는 미신자에 대한 특별한 지도가 필요하다. 신자인 배우자의 신앙생활을 방해햐지 아니할 것과 장차 출생할 자녀들을 영세시키고 우리 교회가 가르치는 종교교육을 시키겠다는 형식적인 서약만을 받는데서 그치지 말고, 그 전제가 되는 신앙생활에 대한 이해와 인식을 갖도록 가르쳐야 할 것이다. 즉 부득이한 사정으로 입교 전에 관면혼배를 받을지언정 계속 교리를 배워 영세하겠다는 결심의 표명이 비치지 않는 한 그런 형식적 서약만으로는 신앙을 모르는 자와의 동문서답이나 동상이몽의 약속에 불가한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관면혼배자에 대하여 교회는 계속 혼인후의 지도에 힘써야한 것이다. 특히 신자인 여자가 미신자와 관면혼인을 했을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신자와 혼인한 미신자는 어느 의미로나 교회에 가까워진 사람임에 틀림이 없다. 비록 신앙을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신앙을 가진 자기 배우자를 선택한 것은 적어도 신앙을 배척하는 자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신자인 배우자와 교회가 관심을 계속 기울이면 조만간 입교할 가능성이 높다고 할것이다.
끝으로 교회는 관면혼인을 피하기 위한 졸속한 영세를 경계해야 할 것으로 본다.
이 말은 신자와 혼인하기 위해 입교하는 것이 나쁘다는 뜻은 아니다. 하느님의 부로심은 여러가지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처음부터 오로지 어떤신자와 혼인하기 위한 수단으로써 영세하려는 자에게는 그 목적이 입교에 있지 않고 혼인에 있기 때문에 혼인후의 신앙생활이 걱정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신자와의 혼인은 오히려 관면혼인보다도 못한 결과를 가져오기 쉽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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