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큰 첨례가 되면 기념으로 영세를 준다. 다른 본당들처럼 우리본당에서도 8월 15일 성모승천대축일에 주일학교 영세와 첫영성체가 있었다.
조그만 시골본당이기 때문에 영세자수는 그리 많지 않았지만 첫영성체자를 합치면 약 이십명가량 되었다. 그것도 다른본당들처럼 수녀님이 교리를 가르쳤으면 배우는 학교생들이 좋았을테지만 우리 본당에는 수녀님이 계시지 않기 때문에 본당에 있는「동정녀의 모후」쁘레시디움 단원들이 교리를 가르쳤다.
그러나 흰옷을 입고 화관을 쓰고 미사중에 영성체를 할때엔 이제 저들도 예수님을 받아모시게 되는구나 하고 생각하고 꽤 보람을 느껴 흐뭇했었다. 미사를 마치고 서로 인사를 주고 받는데 국민학교 6학년짜리 딸과 3학년짜리 아들을 영세시킨 한 어머니가 우리를 보자고 한다.
이 어머니는 외인남편을 모시고 마귀에 시달리고 고생하면서도 떡장사 콩물장사로 생활을 혼자 꾸려나가고 성당엘 다니시는 아주 열심하고 착한 분이시었다. 그런데 갑자기 치마속 때묻은 주머니에서 꼬깃꼬깃 접어두었던 오백원짜리 두 장을 우리들 손에 쥐어주었다. 눈물이 글썽글썽해가지고 수고했는데 작지만 보태쓰라고 주는게 너무나 감격해서 어찔줄을 몰랐다.
그것도 생활이 넉넉하는지 신자가정이면 그까짓 돈 천원이 그리 큰돈이 아니다. 그러나 이 아주머니는 길거리에서 콩물장사를 하신다. 콩물 한그릇에 이십원 50그릇을 팔아야 돈 천원을 손에 쥘 수 있다.
다른 사람들의 만원짜리보다도 더 소중한 돈을 아낌없이 주는 그 성의에 우리는 아주머니의 고마움을 다시한번 느꼈다. 그만큼 자식들 영세가 그 아주머니를 기쁘게 했고 비록 구차하게 살지만은 남에게 인사는 해야한다는 정신이 강한 아주머니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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