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나 오늘 간첩봤다. 검은 안경 쓰고 무섭더라 … 』『아냐, 그건 간첩이 아니구 강도야 강도. 철수엄마도 그러던데 … 』집에 돌아오니 4살짜리 막내와 5살짜리 꼬마애가 숨가쁘게 달려와 일러바친다. 백주에 서울 한복판에서 무슨 간첩이며 강도가 있으리. 아마 인상이 험상궂은 낯선 이웃사람이 찾아 오가는걸 보고 하는 말이겠지 그러나 철수엄마가 그랬다니 아니 물어볼 수 없어 강도가 어찌된 일이냐고 물었더니 깔깔대며, 인상이 험상궂고 검은색 안경을 썼길래 그랬는데 그 말을 듣고 애들이 그런 모양이라고 천연덕스럽게 말한다. 나는 아이들 앞에서 그렇게 엉뚱한 말을 하면 후에 좋지않은 결과가 나지 않겠느냐고 말했더니 오히려 철수엄마는 화를 내며 나를 공박해왔다.
나는 기가 막혔다.『간첩은 뿔이 둘 달리고 악한은 반드시 검은색 안경을 썼으며 형사는 가죽잠바에 모자를 눌러썼으며 … 』이렇게 우리 성인들은 착각에 빠져있다. 그리고 그것을 아이들에게도 답습하게 하고 있다. 반드시 검정색 안경을 끼고 인상이 험상궂다고 악한이 아니며 얼굴이 준수하고 멋쟁이라고 훌륭한 사람은 아닌것이다.
감수성이 빠르고 어른들의 말을 곧이 곧대로 믿는 아이들에게 한마디 거짓말이나 농담도 소홀히 생각할 수 없다.
그들의 가슴에 심어준 느낌과 인상은 그들이 성인이 되기까지 아니 그 이상의 오랜기간 동안을 그들의 사고력을 지배하는 것이다.
되도록 밝고 명랑한 느낌과 기억을 그들의 가슴속에 심어주고 되도록 정확하고 확실 분명한 판단력을 그들에게 선물해 주어야 한다.
어른들의 한마디 한마디와 일거수일투족(一擧手一投足)이 자녀교육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 생각해본 일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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