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안녕하십니까?』『진지 잡수셨습니까?』『어디 가십니까?』어찌 생각하면 무례스럽기 짝이 없는 이러한 인삿말들이 못마땅해서 새싹회에서 벌이고 있는 인삿말은『반갑다』이다.
「반갑습니다」「반가와요」「반갑소」「반갑네」「반가워이」「반갑다」… . 때에 따라 곳에 따라 사람에 따라 얼마든지 활용할 수가 있는것이다. 그러나「반갑다」는 인삿말에는 반가운 일을 한편으로 마련해야 되는 어려움이 따르고 있다. 경찰서에 또 붙잡혀 왔거나 병원에 또 입원을 하러 왔거나 새벽에 빚장이가 찾아온 것을 반갑다고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는「불행 중 다행」이라는 인삿말이 있다.
어느집에 불이나서 집 한 채와 세간을 몽땅 태워버렸는데 다치거나 타죽은 사람은 없었다. 「불행 중 다행입니다」이런때 이런 인삿말보다 더좋은 인삿말이 없을 것이다.
큰물이 져서 집이며 세간이며 사람이 모조리 물에 떠내려 갔는데 삼대독자만은 지붕을 타고 흘러가다가 나무에 기어올라 무사한 적이 있었다. 그런 사실을 아는 이마다「불행 중 다행이지」소리가 저절로 나왔다. 강도가 들었는데 사람은 다치지 않았다든가, 유괴 당했는데 여러날만에 살아 돌아왔다든가, 이런때도 다「불행 중 다행」이라고 할 만하다. 첫 아이를 두기전에 갈라섰을때 조차「불행 중 다행」이라는 말이 과히 실례가 되지 않을 수가 있다.
내 친구 한 사람은「웅전우」라고 큼직하게 써서 틀에 넣어 마루에 걸어놓고 아침 저녁으로 쳐다보고 있었는데「웅전우」란「곰웅ㆍ앞전ㆍ소우」로「곰앞소」즉「고맙소」를 자기만 알아보게 적어놓은 것이었다. 무엇이 그다지 고마왔던가? 방에 들어가다가 문설주에 이마를 탕 부딪쳤는데 다행히 깨지지는 않았다. 그는 입속으로「고맙소」그랬다.
밥상을 보아 들여왔는데 반찬이 말이 아니였다. 그런때 그는 얼른 끼니조차 못 잇는 이를 생각하며「고맙소」하는 것이었다. 꿰맨 양말을 내동댕이 치다가도 맨발 벗고 지내는 가난한 농촌사람들이 머리에 떠오르자 얼른 도로 집어 발에 신으며「고맙소」그러는 것이었다.
그렇게 생각을 먹고보니 이 세상은 온통 고마움 투성이가 아닌가. 옛날에 미투리 장사와 나막신 장사를 하는 두 아들을 둔 마나님이 비가오면 큰아들 미투리가 안 팔려 걱정을 하고 날이들면 작은아들 나막신이 안 팔려 걱정을 하고 그래서 밤낮 징징울고 지냈는데 하루는 옆집사는 영감님이 가르쳐주는대로 그 반대로 생각을 해보았다. 날이들면 큰아들 미투리가 잘 팔려 좋고 비가 오면 작은아들 나막신이 잘 팔려 좋고 …
그렇게 생각하니 노상 싱글벙글 웃고 지낼수가 있었다.
그런데 탓과 핑계와 짜증과 엄살로「불행 중 다행」은 커녕「다행 중 불행」을 사서 만드는 이가 있다. 밑지는 인생이라 아니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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