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화가 양화를 추주한다. 그레셤의 이 법칙은 비단 경제학에서만 통하는 현상이 아닐성 싶다. 어디로보나 착하기만 하고 도의가 몸에 밴 사람들은 자꾸만 뒷전으로 밀려난다. 「양심대로」「바보같이」로 통하는 경우가 적지않다. 독립투사나 애국지사는 대개 빛을 못보고 불우한 여생을 보내는게 상식처럼 돼있다. 오히려 그 반대의 입장에서 거드럭거리던 사람들이 우쭐거리는 데서 심한 아이러니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어쩌면 이 같은 현상은 필연적인지도 모른다. 양심가나 지사들에겐「처세술」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요즘의 처세술이란 훔치고 역용하고 양을 견공에게 맡기는 것으로 통한다. 성격이 강직하고 외골수로 곧은 사람에게서 이른바「2등 철학」같은 유연성도 찾기 어렵다. 권력과 금력에 아첨하기는커녕 도리어 그 반대입장에 서기가 일쑤다. 특히 진리와 정의를 크게 외치는 사람은 이래저래 몰리기에 딱 알맞다. 그 대표적인 예를 그리스도에게서 볼 수 있다. ▲예수는 요즘의 이른바 내란선동죄로 처형되었다. 그때까지 예수는 현실적으로 완전히 실패한 사람이었다. 그래도 교회는 그리스도의 길을 따르라고 가르친다. 부활을 믿기 때문이다. 부활의 희망이 있지만, 그리스도의 길은 감당하기 어려운 음로.
▲최근 민주당정권때 총무처 장관이었던 오위영씨가 입교했다. 오씨의 입교로 장면내각의 각료는 두어명을 제외하고 거의 전원이 성세를 받은 셈이다. 정치인 장면씨는 현실적으로 완전히 실패했다. 그런데도 당시 장관들뿐아니라 그를 따르던 당직자들도 대부분 이미 입교했거나 교리공부를 하고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장 박사는 그의 추종자들에게 입교를 적극적으로 권유한 바가 없다고 한다. 오직 그의 생활과 자세로써 그리스도와 그 진리를 증거했을 뿐이었다. 장 박사가 가장 모범적인 크리스찬었음은 널리 알려진 일. 크리스찬으로서의 체취도 그만큼 강열했을 것이다. 노기남 대주교의 말을 빌릴필요도 없이 그는 민주주의만 하다가 갔다. 그를 두고, 하느님의 섭리가 참으로 오묘함
을 절감치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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