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곳에 와서 저능아이들을 맡은지 어느새 4개월이 되었다.
오늘도 난 잠자기전 하루를 잠깐 반성해본다. 아픈중에도 자기의 맡은 일은 꼭 하려드는 현아를 생각하면서 …
현아라는 아이는 오른쪽 발가락이 모두 없고 왼발가락도 두 개 없는 아이다.
옛날에 동상으로 인해 짤랐다고 한다. 그러한 현아가 척추염으로 꼽추가 되었고 또 거기에 소아마비까지 곁들인 미옥이를 업게된 것이 언제부터인지는 잘모르겠다.
발가락이 없는 발이기에 발의 고마움을 더 느낀것일까? 현아는 남의 두 몫을 걷고 있으니 말이다. 학교에 갈 때도 성당에 갈 때도 소풍을 갈 때도 미옥이는 빠지는 일이 없다. 현아가 꼭 업고다니기 때문이다. 그러던 현아가 며칠전서부터 앓고 있었다.
그래도 미옥이를 업고 다니더니 오늘은 현아가 울고 있었다.
『왜 현아야 많이 아퍼서 그래? 누구랑 싸웠니?』한참을 물어도 대답이 없더니 나중에 한마디『오늘은 아퍼서 미옥이를 못 업어서 그래요』한다. 난 순간 쿡 웃음이 터졌지만 마음 한 구석엔 그녀의 꾸밈없는 진실성에 가슴 뿌듯함을 느꼈다. 비록 그들은 사회에서 또는 부모에게서 마저 내버림을 당했다지만 자기의 아픔보다도 형제의 고통을 덜어주고픈 그 마음은 그들을 냉대하는 그들의 부모보다 더 앞서고 있는게 아닐까? 환경이야 어찌 되었건 이곳의 대부분의 아이는 부모에게 버림받았다니 말이다. 난 현아를 타일렀다『현아야 괜찮아. 아플때는 다른 아이 시키면되지않니?』그래도 현아는 울면서『내가 항상 업고 다니겠다고 약속했는걸요』한다.
난 생각에 잠긴다. 그리고 나도 혹시 하느님과의 약속을 어긴일은 없었던가. 형제들과의 약속은 잘 지켰던가.
나의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였나를 새로이 반성케하였다. 아니 나뿐 아니라 사회의 모든 이들이 큰일뿐 아니라 작고 사소한 일과 약속이라도 좀더 충실성을 가져 준다면 이 사회는 얼마나 더 아름답고 싱싱하고 밝아질것인가?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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