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신사조의 표본처럼 여겨지던 높은 담장과 가시철조망이 크게 위력을 발휘했다. 희대의 살인마 김대두도 까마득히 치솟은 담장과 무시무시한 철조망, 그리고 그안에 도사리고있는 사나운 견공 앞에는 무력했기 때문이다. 모르긴해도 오늘날처럼 극심한 불경기속에도 애견센타와 철조망업계가 앞으로 때아닌 호황을 누리게 될지도 모를일이다 ▲17명의 생명을 파리목숨처럼 쳐죽인 살인마에게도 정작「돈많은」집들은 두려운 상대였다니 실소를 금치못할 일이다. 더구나 이러한 「돈많은」집들과 이번 사건과는 묘한 함수관계를 갖고있을텐데도 말이다. 일부 인사들의 자기 분수를 잊은 사치와 허영이 가뜩이나 표독스런 범인으로 하여금「한탕」해서「똥발나게」살아보겠다는 허망한 꿈에 부채질을 했을지도 모른다. 이런 뜻에서 어이없이 죽어간 17명의 생명은 것잡을 수 없이 팽배돼가는 황금만능주의 풍조의 횡포앞에 희생됐다고도 할 수 있다. ▲오늘날 하늘높이 치솟는 빌딩의 높이에 정비례하여 그안의 현대인들의 감정은 메말라만 간다. 현재의 위치를 고수하고, 애써 모은 재산을 지키기 위해서는 양심따위는 예사로 팽개친다. 돈과 사련을 위해서는 살인마저도 서슴치않는다. 김대두의 엽기적 살인과 최근 경향각지에서 잇따라 일어난 강력사건들도 따지고 보면 모두가 이러한 배금주의, 인명경시 풍조에 오염된 비뚤어진 사고에서 비롯된 것들이다. ▲그런데도 노도처럼 밀려오는 물신주의, 황금만능주의의 횡포를 담장을 높이고, 철조망을 치는것 따위로 막을 수 있을 것으로 안이하게 생각한다. 자신의 평소 언동이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들에게 온갖 나쁜영향을 심어주고 있다는 사실은 잊은채 이들의 범행결과만을 비난하는 것을 능사로 삼고 있다. 사랑에 주리고, 가난에 찌든 소외된 청소년들이 사회의 무관심속에 계속 방치될때 제2ㆍ제3의 김대두가 언제, 어디서 또 나타나게 될지 아무도 예상못할 것이란 사실은 까맣게 잊고서 말이다. ▲이렇게 혼탁을 극한 사회상에도 불구, 오늘날 우리신자들은 나 하나의 구령에만 급급한 나머지 아직도 이기적 신앙의 테두리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생명이 음식보다 중하며 몸이 옷보다 중하지 않습니까』라고 한 그리스도의 복음이 온 세상에 두루 전해질때 이러한 인명경시 풍조는 퇴치될 수 있지 않을까? 전교주일을 맞아 우리 모두 가일층「사회의 복음화」의 무거운 사명을 깨달아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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