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청년이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첫 발을 내딛으면서 생각을 했다. 『나는 넉넉한 집안에 태어나서 좋은 대학에서 좋은 교육도 받고 주위로부터 훌륭하고 장래가 촉망되는 청년으로 칭송받고 있다. 나는 지금까지 하느님과 사회로부터 많은 은혜를 받았으니 이제 나도 이웃을 위해 무언가 보람 있는 일을 해야겠다. 이 사회에서 나를 가장 필요로 하는 곳이 어디인가 찾아보자』이렇게 생각한 청년은 자기가 봉사할 곳을 찾아 나섰다. ▼여러 날을 찾아 헤매던 청년은 대도시 공장지대 한 모퉁이의 빈 공간에 움막을 짓고 사는 한 무리의 넝마주이들을 만났다. 이 순간 청년은 자기가 봉사할 곳이 비로 여기라 생각하고 그들 무리 속에 끼어들었다. 그들처럼 허름한 옷으로 바꾸어 입고 등허리에는 넝마광주리도 둘러메었다. 해맑은 얼굴은 일부러 수염도 깎지 않고 세수도 하지 않았다. 길거리에 다니면서 넝마도 줍고 구걸도 했다. 그들을 위해 봉사 하려면 먼저 그들 자신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함께 살았다. ▼이렇게 여러 날을 살았지만 그들은 좀처럼 이 청년을 진정으로 받아주지 않았다. 착한 청년이지만 당신은 결코 우리가 될 수 없다고 했다. 이렇게 1년을 함께 살아온 이 청년은 마침내 진정한 넝마주이들의 친구가 되었고 그들과 마음을 터놓는 사이가 되었다. 그 후 이 청년의 회고에 의하면 잠자리, 누더기 옷, 구걸행각, 다할 수 있었으나 얻어온 음식을 함께 어울려 먹기가 제일 힘들었다고 한다. ▼그리스도는 가난한자, 병든 자, 억눌린 자, 소외된 자들의 편에 서서 그들과 진정한 벗이요 형제로서 살아 라고 했다. 그래서 오늘날 교회는 이런 자들의 편에 서고자 애쓴다. 식량을 나누어주고 옷가지를 갖다 주고 얼마간의 금전도 도와준다. 그들을 위해 대변해주고 따뜻한 말로 위로해준다. 그러다가 성직자가 매 맞고 수녀들이 부끄러운 봉변도 당한다. 그래서 우리교회는 그들의 편에 서있다고 말할 수 있는가. 그들도 교회를 진정 자기들과 한 형제라고 생각할까. 우리는 그들의 후원자일 뿐 형제는 못 되는게 아닐까. 교회도 그들과 함께 가난을 진정으로 나누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