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후반기를 흔히「불확실성의 시대」라고 표현한다.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의 시대가 그 만큼 한치 앞을 정확히 가늠하기 힘들며 다양하게 급변하는 세계정세에 대처하기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뿐만 아니라 초강대국간의 과다한 군비경쟁과 이로 인한 세계평화의 위협, 각종 불의와 부조리, 윤리적인 타락 등은 말세의 징조로 느낄 만큼 심각한 우려를 낳게 하고 있으며 이러한 부정적인 요소들은 불확실성을 더욱 가속화시키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불과 40년 전에 해방을 맞은 우리나라는 동족상잔의 6·25동란, 3선 개헌으로 인한 자유당 정권의 붕괴, 5·16군사혁명, 유신정권의 말로 등 정치적인 혼란과 불안정의 여파로 혼돈의 시대를 살아왔다.
해방이 후 40년간 우리나라는 비록 남북한의 분단 속에서도 꾸준히 민주화와 경제발전을 도모해왔으나 정치적인 혼란의 연속으로 인해 서로 화목하지 못하고 서로 미워함으로써 불신의 풍조가 만연돼있다.
우리나라의 이러한 시대 상황 속에서 한국가톨릭은 1974년「지학순 주교 구속사건」이 후 본격적으로 대정부 발언을 강화함으로써 약간의 부작용도 없지 않았으나 가톨릭의 이러한「목소리」는 교회 밖에서 가장 힘 있는 양심의 대변 기관으로 인식되고 있다.
가톨릭의 대정부발언, 특히 인권문제가 전반에 걸쳐 적극적인 활동을 전개해온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는 지난 11월 17일 명동성당에서「정의·평화를 위한 미사」를 봉헌, 이 시대가 겪고 있는 고통을 함께 나누고 기도하는 시간을 마련했었다.
이 미사에서 정평위 담당 윤공희 대주교는 강론을 통해 오늘 이 시대의 우리가 겪고 있는 아픔으로「건국대 사태」로 구속된 학생, 민주화 요구와 관련 구속된 양심범, 생존권을 갈구하는 도시빈민·노동자·농민·재야단체 및 그 구성원의 수난, 그리고 정평위 이돈명 회장의 구속 등을 지적하고, 용공좌경으로 매도하고 국가보안법을 너무 쉽게 적용하는 민족자해적(民族自害的)인 일은 극도로 신중, 자제해줄 것을 정부당국에 간곡히 당부한바 있다.
이러한 문제에 있어 정부당국의 고충도 모르는바 아니지만 최근 일련의 강경한 정부조처는 국민들에게 불안감을 조성시키고 매사에 자신감을 잃게 하는 문제를 야기 시키고 있다.
강자의 너그러움은 자신감과도 통한다고 볼 수 있다. 정부당국이 사건의 현상 안에 집착, 스스로 불신을 자초하는 우(愚)를 범치 말고 문제발단의 핵심을 파악하려는 자세로 임할 때 민족자해적인 파국은 예방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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