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본당의 실례를 들어 송구하지만 교우들 말씀에 의하면, 주임 신부님은 굉장히 무서운 분이라고 한다. 고백성사를 주실 때, 조금이라도 마음을 숨기거나 얼버무리는 기미가 보일라치면, 즉시 성사집행을 중단하시고 고백신자를 향해 불호령을 내리신다는 것이다. 실은 나도 고백소밖에까지 나오셔서 호통을 치시는 신부님을 뵌 적이 있다. 가히 두려움을 느끼기에 충분한 처사이시다.
하지만, 판공성사 때마다 꼭꼭 몇 분의 손님 신부님들을 모신 가운데 고백 성사에 임하게 해주시는 관대함도 쭉 뵈어 왔다. 그리고 주임 신부님께 고백 성사를 보아 오면서 무슨 죄든 가볍게 용서해 주시는 그리스도 예수의 자비를 통감했다. 그 무거운 죄를 쉽게 용서해 주시면서도 무거운 보속을 주시지도 않았다. 차라리 교우들 말씀대로 나도 한번 세찬 꾸중도 듣고 아니, 아예 용서받지 못하는 고통마저 겪어봤으면 싶을 정도이다. 그리하여 죄가 얼마나 무서운지, 그 죄로 인해 하느님 마음이 얼마나 아프 신지를 알 수 있을 것 같아서이다. 하지만, 우리에게 조금만 짐도 맡기지 않으시는 당신의 자비와 관대하심은 고백하고 용서받는 것만 으로도 쉽게 알 수 있지 않은가!
사실, 판공성사 때 마다 손님 신부님들껜 많은 교우들이 장사진을 이루지만, 정작 그 배려를 해 주신 우리 신부님껜 손가락을 꼽을 수 있을 만큼의 교우들 밖에 없곤 했다.
정말 너무도 용기가 부족한 듯싶다. 나부터 그렇다. 용서를 해주신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꾸중 들을까 두려워 고백을 미룬 적도 많았다. 죄를 용서해 주시는 게 신부님의 뜻이 아니라 예수님의 뜻이라는 걸 알면서도 말이다.
용기가 필요한 것이다. 용서받는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용기가 없어 고백하질 못 해선 말이 되질 않는다. 가벼운 용서, 가벼운 보속, 그리고 자상하신 훈계, 정말 우린 축복받은 하느님의 자녀들이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