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있어서 만나고 헤어지는 것은 항상 하나의 교훈을 남겨준다. 아빠가 현역군인인 관계로 이리저리 이사하다보니 어느새 나는 교적없는 신자가 돼버렸다. 그러노라니 자연 이곳저곳서 몇개월도 지나지 못한채 이사짐을 싸게 마련이지만 그때마다 그곳 정든 신자들과의 이별이 못내 아쉽고 안타깝기만 하다. 더구나 조그만 시골본당에서 그 많은 공소를 순방하는 한 외국인 신부님의 정성과 그 복음적 정신은 너무도 헌신적이라 더욱 인상깊다. 한번은 아빠가 폐가 좋지 않아 병원으로 갈려고 했지만 여러가지 사정이 잘 펴지지 않아 고심하던 중 무턱대고 그 신부님을 찾아가 사정을 호소했다. 그때 그분은 비록 초면이었지만 아무런 불평없이 모든것을 다 해결해주심은 물론 춘천까지의 여비도 혼자 부담해주셨다.
너무도 고맙고 또 따뜻한 그분의 손길에 우리 부부는 감복했고 이 일을 계기로 그 후 우린 그분과 무척 가깝게 지내게 됐다. 그러던 어느날 한시간 40분이나 걸리는 먼 본당에 미사를 봉헌해주기위해 신부님은 손수 차를 몰고 가시던 중 나를 데려다준 적이 있었다. 그곳은 부대안의 한 자그마한 성당으로 민간인들은 출입금지 구역이었지만 겨우 사정하여 들어가게 됐다. 특별히 미사를 드리러온 분과 민간인을 제외하곤 열 분 남짓되는 적은 숫자였지만 모두들 열심히 기도하며 미사에 참여하고 있었다.
나는 이런 일을 처음보았다.
이렇게 적은숫자로 미사를 봉한하는 것도 내겐 약간 이상스러웠지만 기쁘신 모습으로 열심히, 그리고 진지하게 강론하시는 그 신부님의 말씀을듣고 나는 너무도 무의미한 신자로서의 나 자신을 생각하고 새삼 부끄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제 그곳을 떠나온지도 꽤 많은 시간이 흘렀다. 눈을 감아도 잊혀지지 않는 그 시골본당! 지금도 한창 성령이 불붙고 있을 그 가난한 양구본당과 신부님을 위해 뭔가 보탬이 되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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