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어느 마을에 딸만 기르는 늙은 부부가 앞 뒷집에 살고 있었다.
먼저 앞집 이야기-사위를 고르는 이 집 늙은 부부는 요 핑게 조 트집으로 선을 볼때마다 퇴짜를 놓으며 세월을 보내고 있었다. 외동딸이라 아무데나 시집을 보낼 수 없다는 것이 이들 부부의 주장이었다. 그러는 동안에 그 귀여운 따님은 달을 넘기고 해를 넘겨 노처녀가 되었다. 하루는 그 따님이 꾀를 내었다.
『아버지 어머니 이렇게 화창한 날씨에 집안에 계시느니 어디 산좋고 물좋고 경치좋은 곳에 놀러 나가셔서 점심이나 잡숫고 들어오세요』
『그것 참 좋은 생각이다』
『그런데 꼭 산이 높고 물이 맑고 경치가 좋은 곳이 아니면 이 음식은 잡수시지 마세요!』
그래서 늙은부부는 외동딸이 마련해준 도시락을 싸들고 산 높고 물 맑은 경치좋은 곳을 찾아 길을 나섰다. 해가 중천에 높이 떠 올랐다가 어느새 서녘으로기울기 시작했다. 몇마장이나 걸었을까 다리가 몹시 아팠다. 그러나 산이 높으면 물어 없고 물이 맑으면 산이 없었다. 썩좋은 경치가 눈에 뜨이지도 않았다. 늙은 부부는 딸이 싸준 도시락을 풀어보지도 못하고 허둥지둥 발길을 돌려 집으로 돌아왔다.
『점심 맛있게 잡수셨어요?』따님은 부모님을 반겨 맞았다. 그러나 늙은부부는 마루끝에 털썩주저 앉으며 힘없이 중얼거렸다.
『점심 도시락은 풀어보지도 못했다. 산이 높으면 물이 없고 물이 맑으면 산이 신통치 않더라』
『그렇지요? 가문은 좋지만 빈곤하구요. 재산이 많으면 양반이 아니지요』
그제서야 그들 부부는 황연히 깨달아 딸의 뜻에 맞는 인물 본위의 사위를 골랐다고 한다.
이제는 뒷집 이야기-이 집은 딸 둘이다. 자매를 기르는 이 집 부부도 역시 자기딸 예쁜것만 생각해서 훌륭한 사윗감을 고르느라고 여러해를 노심초사하며 선을 보러 다녔다. 그러다가 드디어 훌륭한 사윗감이라고 생각되는 후보자가 나서게 되었다. 신랑 될 사람이 온다는 날 아침에 큰딸은 괴나리 봇짐을 싸놓고 식구들을 불렀다.
잔치 기분에 들떠있던 식구들은 영문을 모르고 큰딸 앞에 모였다.
큰딸은 마당가에 꽃이 탐스럽게 피어있는 봉선화 한 그루를 덥썩 뽑더니 빈 화분에 옮겨 심었다. 그러더니 동생을 보며 말했다.
『얘야, 다 자라서 꽃이 핀 봉선화를 옮겨 심으면 살 수 있겠니? 모종은 어린때에 해야지? 나는 이제 너무 나이가 들어서 시집을 가도 신랑의 마음에 맞는 신부가 될 수 없을 것이다. 오늘 오시는 신랑에게는 네가 시집을 가거라. 나는 내 고집대로 살아가는 길을 찾으련다』
이렇게 말하고는 괴나리 봇짐을 이고 절간을 찾아 길을 떠났다고 한다.
앞집의 외동딸 뒷짐의 큰딸 그들이 부모에게 취한 행동을 반드시 옳다고 말할수는 없을는지 모른다. 그렇지만 그들의 지혜는 무엇이 자기분수에 맞는 것인가를 알고 애썼음을 보여준다.
나는 두려워진다. 나에게도 혹시「훌륭한 사윗감」을 가지고 싶은 지나친 허욕은 없었는지. 구십구만원을 가지고있으면서 백만원을 채우기 위하여 도무지 일만원밖에 없는 사람의 주머니를 엿보는 마음은 없었는지 곰곰 생각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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