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병상생활을 하고 나온 사람이 자칫「수상한 자」로 오인되어 크게 곤욕을 치뤘다는 웃지못할 얘기가 있다. 중병으로 병실에만 틀어박혔다. 나와보니 주변의 자질구레한 생필품에서부터 쌀값에 이르기까지 각종 물가가 에너지 파동 이전에 비해 놀랄만큼 올랐더라는것이다. 몇 번 실수를 하고나서는 성냥 하나를 사는데도 값을 물어보고 담배가게에서도 값을 확인했다고 하니 자연 수상한 사람으로 비칠 수 밖에 없었던 모양이다. ▲국제자원 경쟁에 밀려 모처럼 선진대열을 향해 안간힘을 써오던 한국경제는 크게 타격을 받고있다. 당국에서는 매일같이 안정기조위에 착실한 전진을 다짐하고있지만 원유가 인상에 자극된 국내 물가는 또 다시 들먹이고 있다. 전기료에 이어 수도사용료가 또 오른단다.
화학섬유류값과 건축자재값 등이 나라고 뒤질세라 다투어 인상 기미를 보이고 있다
현기증이 날 정도의 물가고에 시달려온 근로자들은 이젠 인상럿시에도 둔감해져버린 느낌마저 든다. ▲물가고에 시달림을 받기는 교회내의 전교사나 사무장들도 예외가 아닌것 같다.
최근 모교구에서 확정, 발표한 76년도 새해 본당 예산 지침에 따르면 전교사와 사무장의 월급이 2만5천원으로 책정돼 있다. 요즈음과 같은 물가고에 월 2만5천원의 봉급으로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이 교구의 사제관 월 부식비가 이들의 월급과 꼭같은 2만5천원으로돼있는 점이다. 전교사나 사무장들은 사제관의 부식비밖에 안되는 월급으로 본인과 부양가족의 부식비는 물론 주식비, 주거비, 피복비와 교육비, 그리고 몸이라도 아프면 의료비까지 쪼개어 써야 할 형편이다. ▲지난 여름 경제기획원이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5인 가족의 월 최저생계비는 서울의 경우 6만4백50원, 지방은 5만8천70원이라고한다. 최저생계비의 반에도 미달하는 급료로 결원없이 사람을 구할 수 있는 그 경영수단에 경탄을 금할 수 없다 그러나 이 정도의 대우로 채용한 사람들에게서 과연 어느정도의 활동 의욕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적게 투자하다보니 옳은 활동을 기대할 수 없고, 좋은 활동을 못하니 교회 수입은 적어질 수 밖에 없고, 그러자니 또 적은 급료밖에 줄 수 없는-이런 악순환이 한국 교회의 한 단면이라면 지나친 말일까? ▲전주교구의 경우 지난 한 해 동안 1만2천여 대의 미사가 부족했고 그 부족분은 달러미사로 충당해야 됐다고 한다. 이것이 비단 전구교구 한 곳만의 문제가 아닌것 같다. 대체로 오늘날 우리 신자들은 교회의 일은 남의 일이 아닌 바로 우리의 일이란 생각을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교회의 살림이 바로 나의 살림이란 자각만 있으면 교회 재정도 이렇게는 궁핍하지 않을것이고 그 종사자의 처우도 충분히 개선될 수 있을 것이다. 각자가 조금만 협력하면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못하고 있는 이 실정-1백만 교세가 부끄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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