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는 하느님의 백성이 모여 지상에 그리스도의 복음을 가르치고 실천하는 단체이다. 따라서 교회의 유지와 그 활동에 따르는 모든 부담은 그 구성원인 하느님의 백성이 져야한다. 세계적인 사명은 세계의 모든 신자가 져야하고, 교구적인 사경은 그 교구의 모든 신자가 져야하고, 단위교회의 사명은 그 교회의 모든 신자가 져야한다.
초대교회에서는 모든 신자들이 사도들을 중심으로 단결되었으며 각자가 제 가산을 팔아 한곳에 모아 두고 각자의 필요에 따라 분배받아 쓰는 공동생활을 하였고, 그 재산관리와 식사 등은 7인의 부제를 선출하여 전담케 하였으며 사도들은 물질적 사정에 마음쓰지 않고 오로지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파하는데 전념케 하였다. (사도행전4장32~37절) 중세교회에서 신자뿐아니라 신자 아닌자 가운데서도 교회에 재물을 희사하거나 기탁하는 자가 많았고, 모든 신자들은 귀족이거나 예속농공인이거나 신분에 차별없이 토지수입 또는 가축증산의 10분의1(Dime)을 교회에 바쳤다. 한편 교회는적어도 그 재산 수입의 3분의1 내지 4분의1을 가난한 자를 도우는데 쓰게하였고 그 나머지 수입으로 교회사업과 성직자의 생활비에 충당하였다.
근대교회에 와서는 교회와 국가간의 알력에 따른 정교계약 등으로 교회운영의 방법이 나라에 따라 동일하지는 아니하였으나 신자가 교회재정을 책임지는데 있어서는 변함이 없이 오늘에 이르고있다.
한국교회는 지난 1962년부터 정식교구(Provincia)로 승격되었으며 따라서 교회운영에 있어서도 재정적으로 자립해야 하는 책임도 함께 지게되었다. 그러나 실제에 있어서는 아직도 외국의 원조와 교황청의 보조금에 의존하고있는 부끄러운 실정에 놓여있다. 설사 신자들의 재력이 부족해서 그렇다고 하더라도 국가적 체면이 말이 아닌데 신자들의 신심이 약해서 그렇다면 바로 한국 신자들의 신앙의 적신호 보지않을수 없다. 순교 조상을 자랑하는 우리들이 제교회 운영마저 제 힘으로 못한다면 더없이 부끄러운 일이라 아니할수 없다.
우리 교회의 운영은 주로 교무금과 주일 헌금과 미사예물 등으로 충당되어야 한다. 선진교회에서와 같이 많은 재산을 교회에 희사하거나 유증하는일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라고 하더라도 모든 신자가 신앙적 자각으로 응분의 봉헌의무를 다한다면 오늘의 교세로 보아 기존 교회의 운영은 물론이고 교회 신설과 당면한 복음사업을 제 궤도에 올려놓을 수 있을 뿐아니라 후진교회에 대한 상당한 원조도 가능하다고할 것이다.
한국교회와 같이 가난한 신자들이 많은 교회일수록 모든 신자의 자각적 협력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첫째로 모든 신자가 하느님의 은총과 보속과 신자로서의 하느님에게의 봉헌의무를 신앙을 통해 자각케하는 깨우침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고, 둘째로 교회재정의 합리적인 계획과 방법이 연구되어야 할 것이고 셋째로 신자들의 개별적 사정이 원만히 고려되어야할 것으로 본다.
교회가 가르치기 힘드는 일 중의 하나가 신자들에게 재정적 부담의무를 일깨워주는 일이다. 사랑과 위로를 찾아 교회에 들어선 가난한 자에게는 실망을 주기쉽고, 하느님에 대한 봉헌의무를 잘 모르는 신자에게는 기부를 강요하는 압력단체나 세리를 연상케 하기쉽고, 특히 모든 신자 앞에서 일률적으로 구체적 지적을 함부로 하면 개별적 사정이 도외시되어 반감을 불러 일으키기 쉽다.
그 결과는 신앙지도나 교육의 실패에만 그치지 아니하고 오히려 교회밖으로 몰아내는 격이 되고 한다.
따라서 교회재정에 대한 부담의무의 교육은 언제나 그 신앙교육과 함께 병행되어야 하고 가장 친철하고 조심성있게 가르쳐야 할 것이다.
또한 중요한 것은 이른바 구교우들의 율선수범이다. 교회의 모든 가르침은 그리스도께서 친히 하신대로 만인 앞에 수범하는 방법에 의해야 하기때문이다.
교회재정의 합리적인 계획과 방법의 연구는 언제나 그 교회의 현실이 고려되어야 하고 신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통한 공동 책임의식이 감득되어야 한다. 오늘의 한국교회가 재정자립을 못하는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이 공동책임 의식의 결여라고 할것이다. 세상에는 신앙심이 없는 사람들도 공통 책임의식 하나만으로 무리한 재정을 감당해 나가는 예가 허다히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끝으로 신자들의 개별적 사정의 고려는 주로 매우 가난한 신자들과 이른바 짝교우인 부인 또는 학생들과 충분한 인식없이 입교한 신자들에 대한 문제이다. 우리 교회에는 극빈한 신자들이 많다. 그들에게도 그 나름대로의 봉헌의무가 있는것은 사실이나 그보다 먼저해야 할 일은 교회가 그들의 가난을 돕는 일이다. 그들에게 교회의 사랑이 가장 실감되는 경우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모든 교회는그 예산항목속에 구빈사업을 위한 응분의 예산이 계상되어야 한다. 비단 신자뿐 아니라 그 사회의 극빈자를 도우는 일은 교회의 중요한 의무중의 하나이다. 그 모든 재원은 물론 생활능력을 가진 모든 신자들의 신앙적 의무감에서 거출되는 교회재정으로 충당되어야 한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