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6일은 금년의 평신도의 날이다. 이날은 특히 사회속에서 생활하는 평신도들이 그들의 사도직을 자각하고 사회안에서 올바른 교회상을 부각시키기 위해 효율적인 교회활동을 하고 또한 그렇게 할 수 있도록 그들을 교육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하는 날이다.
평신도사 도직은 제2차『바티깐』공의회 이후에 공적으로 특히 강조하는 바로서 대체로 대외적인 사회안에서의 활동과 대내적인 교회안에서의 활동으로 나눌수 있다. 즉 전자는 평신도들이 말과 행동의 표양으로서 복음을 전파하여 하느님의 나라를 선포하고 증거하는 일이겠고 후자는 성직자의 사목에 대해 적극적으로 협조하는 일이다.
이러한 역할을 효율적으로 수행토록 하기위해 공의회는 평신도교령에서 사도직 협의체의 구성을 권고했고(평신도 사도직교령 26항) 또 주교교령에서는 사목위원회에 관한 것을 규정하였다(주교의 교회사목직 교령 27항) 그리하여 사도직협의회는 평신도들의 각 사도직 조직체의 유기적협의단체로서 어디까지나 평신도들의 자율적인 것이며 주교회 행정과는 직접적인 관계는 없는 것이다. 또 사목위 위원회는 교회사목 행정에 대한 자문기관으로서 협조하는 것을 그 사명으로 하고 있다. 이와 같이 두 가지의 조직체가 그 근거되는 교령이나 사명이 뚜렷한 구분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공의회 직후의 과도기에 있어서 한국교회에도 다소간의 착각과 혼란이 없지않아 성직자의 사목직과 평신도의 사도직간에 때로는 약간의 분규가 생긴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공의회 후 10년이 지난 오늘에 있어서는 이미 그러한 시련기를 지나서 어느정도 정립의 시기에 들어섰다고 볼수 있다.
그동안의 평신도 사도직의 조직체 자체가 그 구성이나 활동목표가 명확치 못했던 것이 작금에 와서 본 모습대로 정비되었고 그 사업목표도 점차 방향성을 찾은 감이 있고 또 각 교구별로 사목위원회의 구성도 거의 완비되어서 평신도들의 교회내 활동의 지표가 분명해진것 같다. 이때를 기해서 평신도의 사도직 사명에 대해서 성직자와 평신도 양측에서 다시 한번 깊이 고민해야 할 문제가 있다.
먼저 평신도 측으로 볼 때 평신도는 가정을 갖고 일정한 직업을 가진 사회안에 사는것을 그 특징으로 하는만큼 자기가 생활하는 그 현실을 통해서 말과 행동의 표양으로 그리스도의 복음을 선포하고 증거하는것이 그들의 책임이고 또 특권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그들의 사도직 수행의 장은 어디까지나 그 생활하는 가정이나 사회의 현장인것이고 교회안(내)이 아닌 것이다. 그러나 이 점에 대해 평신도들 가운데는『사도직은 마치교회안의 일을 하는것』으로 착각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 대대적으로 확산해야할 정력을 교회안으로만 집중하는 경향이 나타나기도 했다. 그리하여 혹은 평신도와 성직자의 사목권 사이에 간섭 또는 침해 등의 마찰도 볼 수 있었던 것이다.
또 한편 교구나 본당의 사목위원회 운영에 있어서도 기구의 조직은 되었으나 아직 그 운영에 있어서는 경험의 부족으로 말미암아 열의가 지나친 나머지 사목위의 자문적 성격을 초과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그 반면으로 너무 소극적인 나머지 모든것을 성직자에 일임하는 식의 사목위 무용화로 떨어지는 사례도 없지 않은것 같다.
이런 점에 대해서는 평신도 자신이 좀 더 현대교회의 시대적 사명을 자각하고 그들의 독자적이고 창의적인 능력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선교에 관한 모든것은 일절 성직자에 일임하거나 의존하는 과거의 타성을 아직도 탈피하지 못하고 있는것 같다.
오늘의 다원화 사회에서 각종 전문분야에 속하고 있는 평신도들의 복음화 활동이 없이 어찌 이 세상의 성화를 기대할 수 있겠는가? 이에 평신도각자가『나는 사도이다』라는 사명감을 명심하고 자기가 소속한 주위에서 개별적 실천은 물론이고 또 동시에 항상 각기 알맞는 조직체안에서 공동체적으로 더욱 효과를 발휘해야 할것이다.
그리고 한편 성직자 측으로는 평신도들의 그와 같은 대외, 대내적인 사도직의 사명을 깨닫도록 하는데 좀 더 적극적으로 교육과 창성에 주력해야 할것이다. 근자 평신도들의 알고자 하는 말하자면 향학열 같은 것은 왕성하다고 보여진다. 또 성직자는 평신도의 능력과 책임을 보다 적극적으로 인정하고 그들의 활동과 사기를 저상시키는 일이 없이 항상적으로 고무하고 추진시키는데 인색함이 없도록 용의해주기를 바라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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