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자는 지금부터 이천삼백여년 전에 중국「추」땅에 태어나 높은 이상을 품고 밝은 나라를 꾸며보려 하였던 신념의 어른이었다.「제」나라에 찾아갔으나 선왕이란 임금이 써주지 않았고「양」나라에 찾아갔으나 혜왕이란 임금은 맹자의 말을 곧이 듣지 않았다. 온 중국 천하가 여러쪽으로 갈라져 서로 싸우던 그 전국시대에 양심에 돌아가 왕노릇 하면 평화가 온다고 외쳐댔으니 그것은 마치 소귀에 경읽는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맹자는 울화통이 터져 견딜수 없었지만 세상을 등지고 제자들을 거느려 공자님의 말씀을 가르치고 후세에 남길 책이나 쓰는 도리밖에 없었다. 그가 지었다고 전하는「맹자」라는 책에서 그는 군자의 즐거움에 세 가지가 있다고 말하여 자기의 일생을 다음과 같이 요약하고 있다.
『부모님이 모두 살아계시고 형제들이 무고하니 그것이 첫째 즐거움이요, 우러러 하늘에 부끄러움이 없고 굽어보아 사람에게 부끄럽지 않으니 그것이 두번째 즐거움이요, 온 천하의 재주꾼을 얻어 그들을 가르쳤으니 그것이 세번째 즐거움이다. 천하를 호령하는 임금도 이런 즐거움은 없을걸』이렇게 말하면서 그는 스스로 만족해 하였다.
그러나 만일에 맹자가 제선왕이나 양혜왕같은 이에게 발탁되어 자기의 신념대로 이상사회를 이룩하였다면 그의 즐거움 세 가지는 훨씬 달라졌을 것이다. 즉『위로는 훌륭한 임금이 계시고 아래로는 착한 백성이 있으니 그것이 첫째 즐거움이요, 나라안에는 문물이 흥성하고 나라밖에는 오랑캐들이 잠잠하니 그것이 두번째 즐거움이요, 하늘 뜻에 맞는 나라를 이룩하여 청사에 빛나는 재상이 되었으니 그것이 세번째 즐거움이다』라고 바꾸었을 것이다.
그러니 즐거움이란 찾으려고만 들면 어디에나 퍼져있는 햇살처럼 온 천하에 가득찬 것이다. 옛날 어느 선비는 문을 닫으면 글을 읽는 즐거움이 있고, 문을 열면 친구 맞이하는 즐거움이 있으며, 문 밖으로 나서면 자연경치 감상하는 즐거움이 있다고 하였다. 또 옛날 순임금은 밭갈이 할때에는 영락없는 농부 모습이더니 임금이 되어 두 아내를 거느리고 호강을 하고 지내니까 그 모습은 타고날 적부터 그랬던양 자연스러웠다고 한다. 거지가 되면 거지 노릇에서 즐거움을 찾고, 부자가 되면 또 거기에 맞는 즐거움을 누리는 것이 삶의 참뜻이라고 맹자는 가르친다.
벌써 여러해 전 일이다.
어스름 해가 지는 종로 네거리 종각 앞에서 술취한 거지 하나가 노래를 부르며 흥겨워 하였다. 지나가던 행인이 야유하듯 물었다.
『이눔아, 그 주제에 뭐가 좋아 노래를 다 부르니?』
거지는 노래를 뚝 그치고 그 신사를 뚫어져라 쳐다보더니 뱉듯이 이렇게 중얼거였다.
『흥! 당신은 나만도 못한 신세로구료!』
『……』신사는 어이가 없었다.
『이래뵈도 나는 맹자님이 가르친 세 가지 즐거움을 가지고 있다고』
『그래, 그것이 뭐냐?』
『한번 읊어 볼까요? 밝은 세상 천지간에 남자로 태어났으니 첫째 즐거움, 팔도강산 경개중에 서울 복판에 살아가니 둘째 즐거움, 생존경쟁 어려움중에 오늘 저녁 술에 밥에 이렇게 배부르니 셋째 즐거움 아니오? 하하하…』
이 거지의 호쾌한 웃음은 인왕산에 빗긴 저녁노을을 타고 하늘끝으로 윙윙 울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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