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0일은 75년의 대림절이다. 교회력으로 볼 때 연말에 해당한다. 연말이 되면 누구나 지난해의 일들을 회고 반성 해보는 것이 예사이다. 한국교회는 75년의 한 해를 과연 어떻게 지내왔는가 이때에 깊이 되돌아보아야 하겠다.
교회는 신앙과 희망과 사랑의 3대 기초위에서 진리와 정의와 평화와 사랑의 사대봉령을 실천함으로써 하느님의 나라를 선포하고 건설하기 위하여 그리스도의 기쁜 소식을 임하고 또 등기기하는 것을 그 사명으로 함은 말할나위도 없다.
그러면 특히 화해의 성년인 75년을 우리가 성찰해봄에 있어서 그 기준을 위에 말한 4대 항목에 두고 시도해 보는것도 의의가 있을것이다.
첫째로 우리는 정말 진리를 선포하는 사도의 역할을 다하였던가? 거짓이 있는곳에 진리를 심을 수 있었던가. 우리의 진리는 곧 하느님의 말씀이고 하느님의 뜻이고 계획인 것이다. 세상의 현실을 판단할 때에 하느님의 뜻에 어긋난 것은 비진리 즉 허위 내지 악의 결과임을 고등해야 하고 또 그것이 하느님의 뜻에 맞는 것은 바로 진리인 선의 표지임을 선포해야 한다. 이것이 곧 진리 선포의 방법이고 동시에 이른바 그리스도의 예뢰직을 수행하는 길이다.
다음은 정의를 위해서 박해를 받는 사람은 행복하다는 확신에서 살았느냐가 문제이다. 교회안에는 정의평화에 관한 위원회의 기구도 있었지만 사실상은 유명무실에 그쳤다. 사제단은 물론 수도자나 평신도에 이르기까지 정의를 위해서 일하다가 박해를 받는 것을 진정한 행복으로 받아들이는 자세를 가져야 할것이다. 금년은 한국순교자 시복 50주년 기념행사를 성대히 치루었지만 실상 우리들의 정신에 있어서 치명은 고사하고 정의주장 때문에 소호의 불리함도 감내할만한 용기가 없는 것이 사실이 아니겠는가.
그리고 평화에 관해서도「주의 평화」를 받은 우리는 이 세상에 평화를 끼쳐야 할 것은 물론이겠으나 무엇보다도 먼저 우리는 교회안에서 가정안에서 직장안에서 평화를 이룩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과연 각자의 가정이나 직장안에서 화해와 일치가 유지되었는가. 특히 교회의 각 레벨에서 즉 주교단 사제단 수도자단 및 평신도단과 그들의 상호간에 불화음은 없었던가?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이 해는 화해의 성년을 엄숙히 지내는 해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회 각계층 상호간에 중대한 문제에 있어서 의사의 일치를 보지 못하고 심지어는 내외적으로까지 마치 교회분열이 있는것 같은 인상을 준 사실마저 없지 않았음은 유감이 아닐 수 없다.
끝으로 사랑에 대해서는 너무나 많이 언급되는 바로서 다시금 중언할 필요가 없을것이다. 그러나 교회의 생명이 하느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는데 있다면 우리는 위로 하느님을 사랑하는데만 마음을 쓰고 옆으로 형제를 사랑하는데 소홀하지 않았는지 깊이 성찰할 필요가 있다. 그리스도께서 최후의 말씀으로서『너희들은 서로 사랑하라』는 새로운 계명을 주셨다. 그리고 또 서로 사랑하는 것으로써 세상에 그리스도의 제자됨을 증거하라는 명령은 실로 우리 신자들의 가슴을 찌르는 말씀이다. 왜냐하면 이 말씀은 항상 우리들의 양심을 꿰뚫어 보는것만 같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우리 신자들 가운데 정말로 자기 가정 안에서 자기 직장 안에서 또는 자기 본당 안에서 서로 사랑하면서 세상사람들로 하여금 그리스도의 제자됨을 증거하고 있는가? 가슴에 손을 얹고 자기 대결을 해보아야겠다. 흔히들 사회인들이 우리 교회를 찾았을때의 인상이 너무나 냉담하고 사랑의 훈기가 없다는 소감을 서슴없이 말하는 것은 도대체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교회는 그리스도의 사랑을 증거하는 표식이고 도구이어야 함은 백번 아는 바이지만 사실은 그와는 오히려 정반대의 표지가 되고서야 어떻게 교회의 사명을 다한다 할수 있겠는가? 이 점은 우리 한국교회가 이때에 다시 한번 맹성해야 할 문제이다.
먼저 우리 가정의 가족끼리와 직장의 동료사이서부터 사랑의 증거자가 되고 더 나아가서 본당 교구 수도단체 사이에 두드러진 사랑의 혁명을 일으켜서 화해와 일치를 가져오는 성년을 장식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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