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사람이 모인 시장에서 한 도둑놈이 나타나더니 남들이 보거나 말거나 상점주인의 돈을 훔쳐 달아나다가 붙들렸다. 사람들이 물었다. 『이놈아 백주에 만인이 중시(衆視)하는데 돈을 가지고 달아나다니 어쩔 셈이냐 붙잡히지 않을 줄 알았느냐?』도둑이 대답하였다. 『내 눈에 사람은 보이지 않고 돈만 보였읍니다』중국 고대 열자(列子)의 책에 있는 이야기다. 돈에 미치면 돈만보이고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는 교훈이다.
돈을 많이 번다는 백화점들이 돈에 환장을 했는지 더많은 돈을 벌려고 바겐세일 사기극을 계속하다가 검찰의 수사를 받게 되었다. 백화점 연합회에서 해명을 할 적에『우리 눈에는 사람은 안보이고 돈만 보입니다』했더라면 정직한 도둑이라고나 할 것이다.
5공(五共)수사의 초점이 된 이(李)모씨는 엄청난 정치자금을 주무르는 금융계의 황제였다고 한다. 또한 장모씨는 5공(五共)권력 핵심 인물로『내가 입을 열면 많은 사람이 다친다』고 할 정도로 당시정치비리를 잘 알고 있으리라.
현대판「노예상인」이라고 불리는 인신매매 조직이 최근 부녀자를 유인 또는 납치해 사창가나 유흥가로 팔아넘기고 있다. 이같은 인신매매는 매춘 등 퇴폐향락업소가 성행하는 사회병리현상 때문이라고 한다.
백화점의 사기극ㆍ5공비리(五共非理) 광주학살ㆍ흉악범ㆍ인신매매 등은 양심과 도덕의 차원을 넘어 통치자의 책임까지 거론되고 있다. 야당의 한 총재는『현 정권이 도덕적으로 확립되지 않은 이유는 4공(四共), 5공(五共)의 연장선상에 있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맹자(孟子)가 혜왕(惠王)에게 물었다. 『사람을 죽이는데 몽둥이로 때려죽이는 것과 칼로 죽이는 것이 다를 바 있읍니까?』『다를 바 없읍니다』『그렇다면 칼로 사람을 죽이는 것과 정치를 잘못하여 못살게 죽이는 것과 다를 바 있읍니까?』『다를 바 없읍니다』맹자는『현재의 흉악사건들 조차 해결 못하면 군왕된 자격이 어디 있느냐ㆍ』고 따졌다. 백성의 불행을 책임 못 지는 위정자를 비난한 것이다. 『그것은 내가 죽인 것이 아니라 칼이 그렇게 한 것이다』라고 말한다면 사람이 아니다.
국민은 권위에 복종해야하는 동시에 권위가 남용될 때 개인은 자신의 권위를 지킬 수 있다. 사람은 혼자 살 수 없다. 인간관계 속에서 산다. 그리고 모든 인간관계는 반드시 바람직한 질서와 윤리원칙이 있어야 한다. 사람은 가정, 학교, 회사, 공동단체 등 물질과 정신면에서 공동체에 의존하고 산다. 여기서 전체를 위한 정치형태가 나타난다.
공의회 문헌 중「사목헌장」(73)에 보면 현대의 건전한 정치형태 수립을 위해 세 가지 태도를 들고 있다. 즉 정의(正義)와 친절과 공동선이다. 남에게 줄 것은 주고 내가 받을 것은 받는 것이 정의다. 만원짜리 물건을 이만원이라 붙여놓고 50%할인한다고 붙여 놓으면「교환정의」에 어긋난다. 각 사람에게 소속된 것은 주어야한다.
친절은 남에게 기쁨을 준다. 상호 이해와 우정을 낳기 위해서는 정의만으로써 충분하지 않다. 성남시 술집주인들이 강제 고용된 여종업원들을 모두 집으로 돌려보내기로 결의했다고 한다. 물론 자진 귀가시킨 업주에 대해서는 일체의 형사상 처벌을 하지 않겠다는 내무부장관의 언질이 있었다. 이것이 친절이요 선행이다.
정치공동체의 목적은 주민이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인간답게 생활하도록 하는데 있다. 이것이 공동선(共同善)이다.
그것은 바로 백성의 복지(福祉)이다. 정치가의 권력은『기계적이거나 폭군적인 형태로서가 아니라 무엇보다도 자유와 책임의식에 뿌리박은 도덕적 힘으로써 전 국민의 힘을 공동선에로 향하게 하는 권력이라야 한다』(사목헌장74).
교회는 공권력의 기원이 하느님이라는 것을 계속 지적해왔다. 회칙「지상의 평화」는 권력에 관한 그리스도교 가르침의 요점을 제시하였다.
『인간사회가 질서있고 또 번영하려면, 정당한 집권자들이 제정된 규정들을 준수하고 충분한 정도까지 만인의 공익을 위하여 헌신하지 아니하면 불가능할 것이다.
저들의 모든 권력은 성 바오로의「하느님께서 주시지 않은 권력은 하나도 없다」는 말씀과 같이 하느님으로부터 온 것이다. 성 바오로의 이 말씀을 성 요한 크리소스토모는 해석하기를『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모든 위정자가 하느님한테 임명되었다는 것인가? 그런 뜻이 아니다. 바오로의 말씀은 각 위정자들에게 대해서가 아니고, 그 지배권 자체에 대한 것이다. 권력이 있음으로써 명령하는 자들도 있고 복종하는 자들도 있을 것이니 이 모든 것은 우연한기회가 아니고, 하느님의 지혜의 조치라고 생각할 것이다』하였다『하늘은 백성의 눈을 통하여보고, 하늘은 백성의 귀를 통하여 듣는다』(書經)고 하였다. 백성이『우리 눈에는 돈만 보입니다』라는 말대신『우리 눈에는 하느님만 보입니다』라고 피력할 때 양심과 도덕이 살아나고 공권력의 대표인 대통령은 중간평가 이전에 신임을 얻을 것이다.
안문기
<신부ㆍ대전 선화동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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